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이 후보자는 부산중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0년 서울민사법원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광주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원장, 대전고등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7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3인 중 한 명이었는데, 당시 윤 대통령은 오석준 대법관을 택했다. 이 후보자는 앞서 문재인 정부 때도 3차례에 걸쳐 대법관 후보로 천거됐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초대 김병로(1948~1961년), 3·4대 조진만(1961~1968년), 현 김명수(2017~2023년)에 이어 대법관 경력이 없는 네 번째 대법원장이 된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다음 달 24일까지다.
이 후보자는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2021년 대전고등법원장 취임사에서 ‘김명수 사법부’를 향해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직격한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 “당혹스럽기 이를 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지만, 윤 대통령이 검사장이 된 후부터는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이번 지명 과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3명(이균용·오석준·오영준)의 대법관 후보를 추천했을 때, 인사검증 내용 등을 살펴본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손색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대법원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아껴둔 카드라는 취지다.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동의로 임명된다. 다수당인 야당의 입장이 중요한데,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더 적합한 인물인지,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영향을 미친 건 아닌지, 국민의 눈높이로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일부 개각도 단행했다. 윤 대통령은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방문규 현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방 후보자는 “우리 경제의 무역과 투자 환경, 에너지와 자원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전략적 산업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관급인 신임 국무조정실장에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발탁됐으며, 기재부 1차관으로는 김병환 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이 내정됐다. 세 사람(방문규·방기선·김병환) 다 기재부 출신인 점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부담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이제부터 국정 중심은 경제’라고 강조해 기재부에서 경제를 오래 다뤘던 분들을 모셨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말 ‘오송 지하차도 참사’ 책임을 물어 인사 조처를 건의했던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김형렬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교체됐다. 행정안전부 차관에는 고기동 현 세종특별자치시 행정부시장이,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급)에는 이한경 재난관리실장이 내정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이 설정한 재송부 요청 시한은 24일로, 이때까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청문 보고서 없이 그 다음날부터 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