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美 은행 5곳 신용등급 하향…"은행업계 전망도 부정적”

중앙일보

입력 2023.08.22 18:11

수정 2023.08.22 18:31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은행 5곳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미 은행업계 전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 3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앞에 사람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신화통신

21일(현지 시간) 로이터ㆍCNBC 등에 따르면 S&P글로벌은 키코프ㆍ코메리카뱅크ㆍ밸리내셔널뱅코프ㆍUMB파이낸셜코프ㆍ어소시에이티드뱅코프의 신용등급을 한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자금 조달 위험과 대규모 예금 유출, 높은 이자 지급 비용 등이 신용등급 하향 이유로 꼽혔다. S&P는 또 S&T은행과 리버시티은행의 등급 전망도 높은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이유로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S&P는 평가 은행들 중 90%는 전망이 안정적이지만, 나머지 10%에 대해선 부정적이며, 전망이 긍정적인 은행은 없다고도 밝혔다. S&P는 “많은 예금자가 자산을 고금리 계좌로 옮기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했다”며 “예금이 감소하면서 은행의 유동성은 낮아졌고, 유동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증권 가치는 하락했다”고 밝혔다.
 
S&P의 이번 조치는 이달 초 무디스가 지역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뉴욕멜론은행ㆍ스테이트스트리트ㆍ노던트러스트 등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약 2주만에 나온 것이다.
 
이는 최근 고금리로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상업용 부동산이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시작된 은행업계의 혼란 이후 많은 지역은행이 자금 인출을 막기 위해 예금에 대해 높은 이자율을 적용했고, 이는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CNN비즈니스는 설명했다.  


부동산업체 CBRE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미국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은 17.8%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4분기(12.2%)보다 5.6%포인트나 높았다. 미국 오피스 빌딩 평균 가격도 지난해 초보다 25%가량 하락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공실률이 늘면 부동산 업체 등에 돈을 빌려준 은행도 부실채권이 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시중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34%로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면 은행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은행권 불안에 미국 S&P500 은행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8%가량 하락했다.
 
이에 시장은 24~25일 열리는 잭슨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을 앞두고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스토니브룩스 대학의 스테파니 켈톤 교수는 "평소처럼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