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법위반(아동매매)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김모(20대)씨의 검찰 공소장엔 김씨가 2019년 이런 마음을 먹었다는 대목이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개인 간 아동 입양이 횡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렇게 마음을 먹었다.
마침 김씨에게 “남자친구와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는데 키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모(20대)씨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이씨에게 연락해 “남편이 무정자증이라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아이를 데려와서 키우고 싶다”고 꼬드겼다. 결국 2019년 8월 24일 오전 9시57분쯤 김씨는 인천의 한 병원에서 이씨의 병원비 98만3180원을 대신 낸 뒤 생후 6일 된 이씨의 딸을 넘겨받았다.
김씨는 곧바로 넘겨받은 이씨의 딸 재판매에 나섰다. 김씨는 자신이 임산부인 것처럼 꾸민 뒤, 입양을 원하던 나모(50대)씨에게 “아이를 출산하면 입양 보내고 싶다. 병원비와 몸조리 비용이 필요하다”고 연락했다. 계약은 바로 성사됐다. 2019년 8월 24일 오전 11시34분쯤 김씨는 인천의 한 카페에서 나씨 등을 만나 병원비·산후조리비용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고 아동을 건넸다. 98만3180원을 주고 산 아이가 300만원에 팔리기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씨에게 아이를 다시 넘겨받은 오모(50대)씨는 아동을 정식으로 자신의 아이를 등록하는데 어려움을 겪자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
김씨의 범행은 지난 6월 28일부터 출생 미신고 아동(일명 ‘그림자 아동’)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 수사기관에 포착됐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있단 사실을 이상하게 여긴 관할 지자체 담당자가 지난달 3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김씨 등은 아동매매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이는 다른 곳으로 입양돼 현재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이번에 드러난 사건에 앞서 이미 아동을 매매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이력이 있다. 전주지법은 지난해 10월 2019년 9월 경기도 안성에서 A씨로부터 사들인 아이를 약 680만원에 다시 판매한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재판에서 어머니 건강상태를 강조하며 선처를 구했지만, 정작 어머니가 안과 수술을 받는 등 도움이 필요할 땐 혼자 빌라에 거주하면서 아동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2월 항소심에서 형이 확정됐다.
그림자 아이 조사 두 달…52명 사망
그러나 난관도 있다. 경찰은 2016년 6월 충남 부여의 산부인과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 사건을 수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경찰은 당시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걸 우려한 B씨(경남 사천 거주)가 아이를 차 안에 두면서 아이가 사망했고, B씨가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아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듭하고 있다. 경기화성동탄서는 20대 여성이 2015년 7월 자신이 낳은 아들을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에게 넘긴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신생아를 데려간 사람을 특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마다 서로 다른 난관이 있어 수사에 시일이 걸리고 있다.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