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에르모소는 라커룸에서 인스타그램 생방송을 켜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동료에게 ‘혐오스러웠다’고 말하는 입 모양이 나오기도 했다.
공격수 살마 파라유엘로가 올린 영상에서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라커룸까지 찾아와 말하는 장면도 있었다. 영상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은 선수단을 자국 휴양지인 이비사 섬에 데려가겠다며 옆에 서 있던 에르모소와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말한 뒤 웃으며 손뼉을 쳤다.
스페인 장관 “루비알레스 회장 행동은 성폭력”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축구계에 여전히 성차별이 남아있음이 지구촌 전체에 생중계됐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는 여자축구를 그간 괴롭혔던 불쾌한 성차별적 행동을 떠올리게 한다”며 과거에도 1998년부터 스페인 여자 대표팀을 지휘했던 이그나시오 케레다 감독이 선수단의 반발로 2015년 퇴출당했던 일을 언급했다.
파장이 커지면서 스페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 국영 방송 RTVE에 따르면 미켈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은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여성의 평등한 권리와 존중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사회에 존중과 평등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으며, 높은 지위의 사람이 키스를 강요하는 메시지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린몬테로 스페인 평등부 장관 등도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성폭력으로 규정하며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이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한 형태”라고 짚었다. 스페인 정치권에선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임을 촉구하는 주장도 이어지는 중이다.
축협 수습 시도에도 비판 여론
스페인축구협회가 사태를 수습하려는 시도에도 스페인 주요 일간지 엘 파이스는 ‘에르모소는 루비알레스의 키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도 그렇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날을 세웠다. 엘 파이스는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은 오해였다고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타인의) 입에다가 키스하는 건 ‘공격’”이라며 “‘도둑 키스’가 항상 놀랍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