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개영식을 하루 앞두고 소방청이 전국 소방력 동원령을 내려 구급차와 대원들을 급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소방청은 자체 예산 9900만원을 썼다. 6년 넘게 대회를 준비한 여가부와 전북도,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환자 발생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서 뒤늦게 소방청이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청, 27대·270명 전국 동원
잼버리 소방력 동원령은 관련 규정이 개정된 후 처음 발령된 동원령이다. 소방청은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 대응할 수 있도록 '전국 소방력 동원 및 운영 관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해왔다. 기존에는 긴급구조통제단(재난의 긴급 대응을 위해 만들어지는 소방 임시 조직)이 꾸려져야 동원령을 발령할 수 있었지만, 규정이 개정되면서 소방청장이 직권으로 소방력이 필요할 경우 동원령을 발령할 수 있도록 했다. 소방청은 “세계잼버리 행사장 내 온열 질환자 증가에 따른 신속한 인명구조와 국가 총력대응을 위해 동원령을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출동한 대원 사이에서는 “조직위에서 할 일을 못 해 전국 구급대원들이 밤새 고생했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개막을 앞두고 부실한 준비를 만회하기 위해 뒤늦게 소방청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미리 준비했어야 했고, 인근 지역에서 마무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 많은 인력과 장비가 차출됐다”고 말했다.
“벌레물림 등 약품도 부족”
조직위가 사전에 준비한 의약품도 부실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잼버리 병원 내 의약품 등 구입’ 공고에 따르면 조직위는 행사 3주 전인 7월 12일 잼버리병원에서 쓰일 의약품 3660만원 어치를 발주했다. 의약품엔 수액과 같은 혈액대용제 8종류나 해열·진통·소염제 4종류, 항히스타민제 6종류, 항균제 3종류 등이 포함됐다. 벌레물림에 대응할 수 있는 의약품은 벌레물림 외용제 200개 정도였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간척지 배수나 하수 위생 등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피부염이나 벌레 물림을 대비했어야 했는데 약품 목록은 일반 응급 기준으로 짜인 것 같다. 폭염이나 습지 환경에 대한 환경적 요소를 평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내과 전문의는 “4만명 이상 사람이 모이고 날씨도 더워 감염성 질환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었는데, 항균제가 단 세 종류였다. 전반적으로 의약품 종류나 양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잼버리 기간 야영장 '현장을 지키라'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지시에도 야영장에서 숙영하지 않은 것과 관련, 여가부가 "신변의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 장관은 1~8일 새만금 야영장과 약 18㎞ 떨어진 국립공원공단 변산반도생태탐방원에 묵었다. 여가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당시 김 장관은 숙영을 검토했으나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으로 인해 경찰 보호를 받는 상황에서 숙영 시 위해 요소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숙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여가부는 어떤 신변 위협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