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바둑이 방울’에 등장하는 단어 ‘바둑이’는 삽살개의 한 종류로, 한때 한반도에서 광범위하게 살고 있던 토종개다. 짧은 털에 얼룩덜룩한 무늬가 마치 대국이 펼쳐지고 있는 바둑판처럼 보인다고 해서 바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54년 광복 후 처음 만들어진 국어 교과서 ‘바둑이와 철수’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동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바둑이는 한국인에겐 친숙한 동물이었다. 조선시대 화원 김두량(1696~1763)이 그린 ‘견도(犬圖)’에도 바둑이와 생김새가 같은 개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바둑이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자취를 감췄다. 그 많던 바둑이는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이런 물음 속 최근 사라졌던 바둑이가 복원됐다. 바둑이는 어떻게 돌아올 수 있었을까.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한국삽살개재단의 하지홍 이사장과 건국대 줄기세포재생공학과 박찬규 교수의 연구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모피 얻으려 조선 토종개 싹쓸이한 일제
털 짧은 얼룩무늬 삽살개서 바둑이 복원
하 이사장은 한반도 대표 토종개였던 삽살개처럼 바둑이도 복원해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연 교배가 쉽지 않았다. 그는 건국대 줄기세포재생공학과 박찬규 교수 등 연구진과 함께 바둑이 복제에 나섰다.
박 교수 연구팀은 바둑이를 복원하기 위해 비교적 털이 긴 삽살개 중 얼룩무늬를 보이는 개체만 골라 교배했다. 바둑이 품종으로 볼 수 있는 새끼가 태어났고 복제연구가 이뤄졌다. 이후 2018년 첫 복제에 성공했고 올해까지 50마리 이상의 집단을 형성한 집단 복원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체세포 복제나 인공 수정을 통해 소수의 바둑이 개체가 태어난 적은 있지만 바둑이의 유전적 형질이 고루 나타나는 집단을 꾸린 것은 처음이다.
박 교수는 “조선시대 민화 등 기록에 나오는 한국 토종개 바둑이를 전통유전육종학적 기법으로 복원해 품종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지난 6월 8일 ‘한반도 토종견 유전자분석 연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도 공개됐다.
진돗개·동경이 등 한국 토종개 기원도 밝혀
연구팀은 “기원전 2800년 북방 초원 지역에서 한반도로 유목민이 유입된 시기와 동남아의 벼농사 기술이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가 토종개의 기원과 일치한다”며 “고대 인간의 이동 경로를 유추하는 데 개의 혈통 연구가 중요한 만큼 이번 연구가 한국인의 정체성 이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