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입 열면 환호…'사실상 동원령'에도 지지자 듬성듬성

중앙일보

입력 2023.08.17 17:54

수정 2023.08.1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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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1월 10일)과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1월 28일, 2월 10일) 조사에 이은 네 번째 소환 조사다. 정치권에선 검찰이 늦어도 9월 중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 이 대표가 모습을 드러낸 건 오전 10시 23분쯤이었다. 그가 탄 차량은 검찰청 인근 법원삼거리 도로 한 쪽에 모여 있는 지지자 앞에서 멈췄다. 차에서 내린 이 대표는 미리 설치된 연단에 올라 손 흔들고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재킷 안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저는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국민을 위해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바가 없다”며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까짓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다”며 “공포 통치를 종식하고 민주정치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희생 제물이 돼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 번째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한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응원전을 펴고 있다. '강한 민주당 이재명이 합니다'라는 팻말을 든 지지자 뒤로 경찰이 쳐둔 철제 울타리 안이 휑하다. 정용환 기자.

이 대표가 “까짓 소환조사”, “희생 제물” 등을 힘줘 말할 때마다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이름을 연호했다. 이날 서초동엔 약 300명의 지지자가 모여들어 ‘강한 민주당 이재명이 합니다’, ‘조작검찰 박살내자’ 등 손팻말을 들고 응원전을 폈다. 


하지만 1~2월 검찰 출석 당시와 비교하면 지지자 숫자는 확연히 줄었다. 경찰이 이날 미리 쳐둔 길이 50m, 폭 5m 규모 철제 울타리는 그가 도착했을 때도 절반이 채 차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듬성듬성 빈 울타리 안에서 꽹과리와 호루라기, 확성기를 동원해가며 “이재명!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검찰청 출입문 앞에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양파 이재명 범죄 즉각 구속’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세워놓고 “이재명 구속, 싹 다 구속” 등을 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 번째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한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동문 앞에 '양파 이재명 범죄 즉각구속'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세워놓고 ″이재명 구속, 싹 다 구속″을 외치는 시민. 정용환 기자.

검찰은 이날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근무했던 박모씨와 서모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이모 전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장의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전방위로 압박해오는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당에선 “왜 하필 이 대표 소환 날 과거 캠프 관계자까지 압수수색하냐”(캠프 출신 보좌관)는 불만도 감지됐다. 이 대표 주변인의 증거인멸 정황을 쌓아서 구속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 당직자는 “최근 검찰이 증거인멸·위증교사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본 재판에서의 유죄 입증보다 선거 전 ‘이재명 구속’이 목적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의 부인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박 의원은 “(이 전 부지사 측근이) 저랑 대화하다 말고 전화가 오니까 받은 후 갑자기 저를 바꿔줘 받아보니까 이 전 부지사 배우자였다”라며 “제가 적극적으로 전화를 드렸다든가 그분한테 전화를 받았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 부인은 지난달 2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라고 고성을 질러 논란이 일었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송금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이 대표 혐의를 좌우할 ‘결정적 진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