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가 임옥상 10년전 강제추행 유죄…서울시 "작품 철거"

중앙일보

입력 2023.08.17 17:27

수정 2023.08.1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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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1세대 민중미술작가' 임옥상 화백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세대 민중미술작가'로 불리는 임옥상(73) 화백이 10년 전 강제추행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17일 임 화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 정도, 범행 후 경과를 비춰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은 용서받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다만 임 화백이 반성하고 있고 2000만원을 공탁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임 화백은 2013년 8월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직원 A씨를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지난달 최후변론에서 "10년 전 순간의 충동으로 잘못된 판단을 해 피해를 줬다.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 남산자락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옥상 작가의 '세상의 배꼽'. 뉴시스

1심에서 임 화백의 징역형이 선고된 데 따라 서울시는 시립 시설 내에 설치한 '기억의 터' 등 그의 작품을 조속히 철거하기로 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작품을 유지·보존하는 것이 공공미술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시 관계자는 "강제추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작가의 설치물이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공간에 존치된다면 시민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시립시설에 설치된 임 작가의 작품은 일본군 위안부를 추모하는 중구 남산 '기억의 터' 외에도 4점 더 있다. 시청 서소문청사 앞 정원에 설치된 '서울을 그리다', 마포구 하늘공원의 '하늘을 담는 그릇', 성동구 서울숲의 '무장애놀이터', 종로구 광화문역 내 '광화문의 역사' 등이다. 
 
임 작가는 50여년간 회화·조각 등 다양한 사회 비판적 작품을 선보이며 1세대 민중미술작가로 불리는 등 민중미술계의 거목으로 통했다. 2017년에는 광화문광장 촛불 집회 모습을 담은 그림 '광장에, 서'가 청와대 본관에 걸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