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은행원도 짐 싼다…역대급 이익에도 은행은 희망퇴직

중앙일보

입력 2023.08.17 11:53

수정 2023.08.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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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최근 수년간 역대 가장 많은 이익을 낸 가운데, 역설적으로 희망퇴직 대상자가 30대 젊은 은행원들까지 확대되며 젊은 직원들이 은행을 떠나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은행이 활황인 가운데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진 점과 ‘인생 2막’ 설계를 서두르는 경향, 파이어족(조기 은퇴 희망자) 증가 등이 지목됐다.  
 

신한은행, 만 39세 직원도 희망퇴직 대상자 포함

지난 6일 오후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시중은행 현금인출기 모습. 뉴스1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 노사는 희망퇴직 조건 등에 합의하고 오는 주말부터 다음 주 초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대상은 부지점장 이하 모든 직급의 근속연수 15년 이상, 1983년 이전 출생 직원이다.  


이 경우 1983년이면서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 39세 직원도 대상이 된다. 만 39세는 역대 신한은행 희망퇴직 대상 연령 기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월 연초 희망퇴직에서 신한은행 출생 최고 출생 연도 조건은 1978년생이었다.
 
최종적으로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되면 9~36개월치 월평균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받고 오는 31일 퇴직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이미 하반기 희망퇴직을 마무리했다.
 
지난 6월 16일부터 만 15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60명이 지난달 31일 은행을 떠났다.
 
1968~1971년 출생자는 28개월치, 1972년 이후 출생자는 연령에 따라 최대 24개월치 월평균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받았다.
 
1968~1971년생은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도 지급됐다.
 

좋은 퇴직 조건과 파이어족 시너지…상반기 2222명 짐 싸

지난 9일 서울 시내 은행 모습. 뉴스1

 
시중 은행들이 젊은 직원들을 포함해 상·하반기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의 기능들이 디지털 전환되며 오프라인 점포가 축소되는 추세도 이유 중 하나지만, 직원들의 자발적 퇴직 수요도 작용했다고 한다.
 
‘인생 제2막’을 빨리 준비하려는 젊은 직원들이 노조를 통해 지속해서 희망퇴직 대상 확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이 역대급 호황인 만큼, ‘퇴직 조건이 좋을 때 떠나자’는 인식이 있는 것도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의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2022년 1인당 평균 총퇴직금은 5억 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보다 3000만원 늘어난 액수다.  
 
조기 퇴직 수요와 좋은 퇴직 조건이 맞물리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2개월 동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모두 2222명이 짐을 쌌다.  
 
신한과 하나은행에서 시작된 하반기 희망퇴직도 내년 초까지 수천 명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