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에 있어’는 없어도 된다

중앙일보

입력 2023.08.17 00:02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다음 중 ‘~에 있어’가 옳게 쓰인 것은?
 
㉠ 그는 일에 있어 열정적이다.
 
㉡ 당신은 나에게 있어 존재의 의미다.
 
㉢ 결정적 순간에 있어서는 확고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 나는 집에만 있어 바깥일은 모른다.
 
일본어에서 ‘니오이테(において)’란 말이 자주 나오는데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에 있어(서)’가 된다. 이전에는 쓰이지 않던 이 말이 일제시대 들어 흔히 사용됐다고 한다. 이는 일본어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 준다. 요즘은 이 표현이 들어가지 않은 글이 없을 정도로 남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에 있어(서)’는 대부분 없어도 되는 군더더기 표현이다.
 
“㉠ 그는 일에 있어 열정적이다”를 보자. ‘~에 있어’를 빼고 그냥 “그는 일에 열정적이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에 있어’는 군더더기일 뿐이다.
 
“㉡ 당신은 나에게 있어 존재의 의미다”도 마찬가지다. ‘있어’를 삭제하고 “당신은 나에게 존재의 의미다”고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 결정적 순간에 있어서는 확고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도 ‘~에 있어’ 형태를 제외하고 “결정적 순간에는 확고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하는 것이 낫다.
 
“㉣ 나는 집에만 있어 바깥일은 모른다”는 위에서 얘기한 ‘~에 있어’와 다르다. 여기에서 ‘어(서)’는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연결어미로 ‘집에만 있어’는 ‘집에만 있기 때문에’란 뜻이다. “돈이 없어서[없기 때문에] 결혼도 못 한다”에서의 ‘어서’와 같은 용법이다. 따라서 정답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