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2001년 도입된 퀘스텍이 시발점이다. 팬에게 정보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심판 고과 평가에 사용했다.
MLB 사무국은 올 시즌 트리플A 전 구장(30개)에 이 시스템을 적용 중이다. ABS 시스템은 구속은 물론이고 투구의 회전량, 상하의 변화 수치까지 추적한다. 당연히 스트라이크-볼 판정도 가능하다. 효과는 확실했다. 투구 추적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2022년 판정 정확도는 92.4%까지 올라갔다. 기계를 통한 감시가 판정의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100개의 투구 중 8개가 틀렸으니 여기에 만족해야 할까.
방송사들은 프로야구 중계 화면에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을 표시한다. 문제는 이 그래픽이 높낮이와 좌우 폭만 보여주는 2차원으로 구현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ABS는 12대의 카메라를 통해 가상의 3차원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한다. 이 구역을 통과했는지 확인되면, 곧바로 이어피스를 통해 심판에게 전달한다. 처음 도입됐을 땐 낮은 코스 판정에 불만을 표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불만은 사라졌다.
과거에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명제가 통용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 덕분이다. 파울/페어, 아웃/세이프 등 많은 부분에서 판정의 정확도가 올라갔다. 사실 처음엔 심판들의 반응이 차가웠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팬들도 판독을 통해 심판 판정을 번복하는 상황을 어색하게 여기지 않는다.
스포츠의 기본 가치는 공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스포츠만큼 공정한 분야도 보기 힘들다. 역설적이게도 야구가 만들어진 이래 스트라이크 존은 항상 공정하지 않았다. 야구를 좀 더 ‘페어한 게임’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면 로봇 심판의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까. 포수의 프레이밍(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받게 하는 포구 능력)이란 고급 기술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건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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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우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