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6일 오후 3시간 동안 의원총회를 열었다. 공식 안건으로는 채수근 상병 사망 관련 대통령실 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법 추진과 ▶오송지하차도 참사 ▶양평 고속도로 의혹 ▶‘방송장악’ 논란 ▶잼버리 부실운영에 대한 국정조사 등 8월 임시국회 전략이 보고됐으나, 이날 토론은 ‘김은경 혁신위’ 혁신안에 대한 찬반에 집중됐다.
비공개 회의에선 비명계 의원들이 앞다퉈 “혁신안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 반영비율(현행 30%)을 없애 사실상 대의원제를 무력화하고 권리당원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에 비판이 집중됐다. 친(親)문재인계 중진 홍영표·전해철 의원은 “혁신위가 무슨 권위가 있나. 혁신위가 제안한 대의원제 개편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강병원 의원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행됐던 ‘도편추방제’를 언급하며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움직임 자체가 우려스럽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미 확정된 내년 총선 공천 룰을 혁신위가 건드린 데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선출직 공직자 평가 결과 하위 30%에 경선 득표에 20~40% 페널티(감산)를 주자는 혁신위 제안에 대해 조응천 의원은 “우리가 (현역 의원) 감산을 못 해서 돈 봉투나 코인 문제가 생겼나. 그리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도 친명계 아닌가”라며 “혁신안 때문에 우리가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을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의총 직후 반격에 나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마치 혁신안을 뒤에서 조정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 부분을 분명히 바로잡았다”며 “(혁신위 구성은) 박광온 원내대표 당선 이후 첫 번째 쇄신 의총에서 의원들이 요구한 것인데, 의원들에게 불리한 혁신안이라고 반대하면 어떡하느냐”고 비판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의원제 개편에 당원들도 찬성이고 원외 지역위원장들도 찬성이라는데 국회의원들이 반대한다는 건 기득권 내려놓기가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발언자 대다수가 혁신안을 비토하자, 친명계 내부에서는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전략을 짜고 들어왔다”는 의구심도 나왔다. 한 친명계 의원은 “안건으로 혁신안이 올라온 것도 아니었는데, 발언을 사전에 정리하고 나온 것 같았다”고 했고, 다른 친명계 의원은 “듣다가 도저히 못 듣겠었어 중간에 나왔다”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민주당은 이날 혁신안 수용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8일 예정된 의원 워크숍 등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친명계·비명계 갈등이 증폭될지는 미지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도 혁신안을 고수하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권리당원 요구를 아예 무시하기 어려운 만큼,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 반영비율을 낮추는 식의 절충안으로 타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