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위로 전역한 장교와 중사로 전역한 부사관으로부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또래의 초급간부들이 전역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근무 여건이 기대 수준보다 열악하기도 하지만, 매일 만나는 군 선배의 살아가는 모습이 힘들고 지쳐 보였으며 5~10년 후 자신도 저렇게 될 것을 상상하니 군복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군, 청년층에 비전·매력 없는 곳
사기 떨어지면 제대로 못 싸워
오래 몸 담도록 처우 개선해야
선배 모습에 불안감 느끼는 군 초급간부들
육군사관학교 생도들도 군 장교 선배들의 모습에서 감동적인 비전과 미래를 발견할 수 없다고 하면서, 조속한 진로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2018년 중도 퇴교자가 13명이었는데 지난해엔 퇴교자가 60여명으로 불어났다. 임관 후 10년 장기 복무가 적성에 안 맞는 인원들을 위하여 5년 차 전역 기회를 한번 부여했는데, 지금은 임관 후 의무 복무가 5년이라는 해석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초급 간부들 문제가 이슈가 된다고 해서 그들에게만 시선을 집중해서는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기대하기 어렵다. 초급 간부들은 선배 군인들과 간부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기대하고 갈망하는 것은 군복에 대한 사명감과 자신감, 군대의 비전을 가슴에 품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생활하는 선배들의 모습이다.
문제는 계급이 높아져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가 해안 지역 부대에 순회 교육을 갔을 때, 운전병이 없다 보니 부대를 도는 승합차 운전을 중령과 대위가 격일로 했다. 일주일 동안 매일 300km 거리를 운행하고, 밤에는 소속 부대로 복귀해 업무를 했다. 필자가 초급 장교로 복무하던 20년 전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
한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던 상사급 이상 부사관들은 ‘형평성’이라는 논리에 맞춰 보직기간 및 진급시기에 맞춰서 전후방으로 이동하는데, 모두가 불만족스럽다. 수도권 지역으로의 이동은 바늘구멍보다 들어가기 어렵다. 수도권이나 후방지역에 있다가 뒤늦게 전방지역으로 이동하게 된 간부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경기도 전방지역에서 강원도 전방지역으로 측방 이동은 더더욱 그렇다. 그냥 현 위치에 잔류하고 싶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전역하면 전문성 없는 단순 노동력 취급”
국방부는 지난달 3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적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강군을 육성하고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해 가자”고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이날 초급 간부들이 더 관심을 보였던 것은 근무 여건 개선과 사기 고양 대책이었다. 이 장관도 “국방부 차원에서 수당 인상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초급간부들은 “국방예산이 부족하고 기획재정부가 예산 협조를 해주지 않아서 당장 추진하기 어렵다"는 반복적 답변이 나올 것으로 짐작한다. 과거에도 그런 답변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필자가 20년 전 국방부에서 당직 근무를 할 때 공무원들과 동일하게 평일 1만원 휴일 2만원 수당을 받았는데, 군인들은 지금도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시간외 근무수당, 성과상여금 등은 더 이상 언급이 구차할 만큼 문제점을 다 알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군 인력이 남아돌고 인건비 여유가 많을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22 국방백서의 한국군은 총 50만여 명인데, 2012 국방백서의 한국군은 63만9000여 명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무려 14만여 명의 군인, 약 22%의 병력이 감축됐다. 국군 정원과 부대 규모가 워낙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냉정한 현실 진단과 처우 개선 필요
뉴스로 접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치열한 전황은 결코 멀리 떨어진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장사정포 등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고, 우리보다 많은 지상군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기준 57조원이라는 엄청난 국방비를 투입했고 각종 첨단 무기체계를 도입했다.
사기 저하된 군, 유사시 전투를 감당할 수 있나
엄효식 전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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