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이 쪼들리다 보니 상반기에 재정 지출이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기획재정부가 매달 펴내는 월간 재정동향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재정 지출 진도율은 55.1%로 나타났다. 정부가 올해 편성한 예산(638조7000억원) 가운데 상반기에 351조7000억원을 썼다는 얘기다. 최근 5년 새 가장 낮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60.6%)과 비교해도 진도율이 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예고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재정 지출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며 “예산을 편성할 때 재정 지출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효과까지 고려하는 만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하반기에도 재정지출 확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윤 정부가 내건 ‘긴축 재정’ 기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확장 재정’ 여파로 문 정부 5년간 나랏빚은 400조원 이상 급증했다. 윤 정부는 미래세대의 짐을 덜기 위해 나라 살림을 건전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열악한 세수(국세 수입) 상황도 정부를 코너로 내몰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수는 296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조1000억원 감소했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보다 49조9000억원 늘었다.
하반기 경기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못할 경우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정 지출이 포퓰리즘에 의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경기 경착륙을 피하기 위한 재정 지출은 필요하다”며 “서민들의 고통을 줄이고, 경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만큼 재정 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