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컨설팅 기업 KPMG와 미국 조세재단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유럽 전역에서 횡재세가 도입되거나 제안된 사례가 30건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국가별로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24개국이 자국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할 계획을 갖고 있다.
횡재세는 기업 자체 경쟁력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인해 거둔 ‘초과 이익(횡재 이익)’에 물리는 세금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이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이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유럽에서 커졌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9월 ‘연대 기여금’이란 이름의 횡재세를 도입했다. 2018~2021년 평균보다 20% 이상 이익을 얻은 에너지 기업의 경우 초과분에 대해 최소 33%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에너지·은행 넘어 전방위로 확대
은행도 대표적인 횡재세 표적이다. 인플레이션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중에 큰 이자 순익을 거뒀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이탈리아 정부는 1년 한시로 은행 등 대출 기관이 얻은 초과 이익의 40%를 세금으로 걷겠다고 발표했다. 체코·리투아니아·스페인 등도 비슷한 취지의 세금을 거두기 시작했거나 할 예정이다.
최근엔 적용 범위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헝가리는 보험사를 포함한 모든 금융 기관과 제약사들을 횡재세 부과 대상에 올렸다. 포르투갈은 지난해와 올해 초과 이익을 거둔 식품 유통업체로부터 33%의 세금을 걷기로 했다. 모든 기업에 징세하겠다는 국가도 있다. 크로아티아는 2022년 기준 3억쿠나(약 58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모든 기업에 ‘추가이익세’를 물릴 예정이다. 불가리아 역시 올해 7~12월 추가 이익을 낸 기업에 업종을 불문하고 33%의 세금을 걷기로 했다.
“정책 실패하고 징벌적 세금에 의존”
크리스티나 에나케 조세재단 이코노미스트도 “정상적인 과세표준 없이 특정 산업을 징벌적으로 겨냥한 조치”라며 “국내 산업 육성엔 불이익”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횡재세와 같은 비정상적인 세금에 의존하는 건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미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국민 다수 어려운데…공정한 조치”
일반적인 증세보다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정부 지출 수요가 늘었는데, 업종 간 실적이 크게 갈린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세금을 올려 경제 전체에 부담을 주는 것보다는 낫다는 주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횡재세를 지지한다. 샤픽 헤버스 IMF 재정 담당 부국장은 “일회성 세금보다 영구적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