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즈계’는 산하에 금융·에너지 기업 등을 거느린 기업 집단으로 헤이룽장 출신의 기업가 세즈쿤(解直錕, 1961~2021)이 1995년 창업한 뒤 국영 금융사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급성장해왔다.
중즈계 금융 기업으로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진보구펀(金博股份), 난두우예(南都物業), 셴헝궈지(咸亨國際)는 지난주 금요일인 11일 증시 폐장 후 공시를 내고 계열 핵심사인 중룽신탁의 지불 유예 소식을 공개했다. 진보구펀은 공시를 통해 중룽신탁 상품 룽성(隆晟)-1호와 쩌루이(澤睿)-1호에 투자한 6000만 위안(약 110억원)을 기한 안에 회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난두우예는 공시에서 3000만 위안(55억원)의 신탁을 기한을 넘겨 지불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셴헝궈지는 투자 원금 257만 위안(4억7000만원)과 투자 수익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부동산 위기가 금융사로 번져
중국의 신탁사는 누적된 부동산 위기로 막대한 자금 압박을 받아왔다. 최근 수 년간 “부동산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정부 기조에 따라 은행 대출이 막히자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중융신탁 등 ‘중즈계’의 신탁회사에서 자금을 충원했다.
중국의 금융 그룹은 핵심 기업 산하에 많을 경우 수천 개의 자회사를 거느려 ‘계(系)’로 불린다. 지난 2017년 홍콩에서 실종된 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은 샤오젠화(肖建華)이 이끄는 밍톈계(明天系),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였던 우샤오후이(吳小暉)가 이끌었던 안방계(安邦系) 등이 첨단 기업 및 부동산 업계의 자금줄 역할을 했으나 강력한 반(反)부패 캠페인 영향으로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즈계는 지난 2021년 창업주 셰즈쿤이 베이징에서 돌연 심장병으로 사망하면서 그룹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다.
이번 중즈계 위기로 중국판 금융위기 경고도 제기된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업계 선두인 헝다와 비구이위안을 강타한 데 이어 금융계까지 번지면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했던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일컫는 ‘리먼 사태’가 중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자룽(吳嘉隆) 대만 경제평론가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금융기관이 부동산 상품에 투자해 융자를 제공한 결과 모두가 부동산 위기의 타격을 입는 구조”라며 “충격이 다시 금융회사 고객에게 확산되면서 도미노 효과를 발생하고 있다. 중국판 ‘리먼 모멘트’”라고 진단했다.
투자 유치 위해 데이터 규제도 완화
특히 그동안 데이터보안법 시행과 방첩법 개정 등을 통해 개인정보 등 데이터의 해외 유출을 엄격히 금지했던 조치도 양보했다. 중국 국무원은 이번 외자 환경 개선책에 베이징·톈진·상하이 등에 데이터 녹색통로를 개설해 규정에 맞는 데이터의 해외 이동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중국의 경제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