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3조 파먹은 사무장병원…경찰 뒷북수사, 겨우 7% 회수"

중앙일보

입력 2023.08.14 05:00

수정 2023.08.14 09:03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건보와 의료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지난 3년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서온 정기석(65) 한림대 의대 교수가 한 달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됐다. 정 이사장은 바이러스를 내려놓고 건보 공부에 집중했다고 한다. 감염병이야 막힘이 없지만, 건보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라서다. 정 이사장이 눈여겨본 과제는 두 가지다. 사무장병원과 건보료 정산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 10년 동안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면대약국)이 3조 4276억원의 건보 재정을 파먹었다. 2009년~올 6월 1488개 사무장병원과 222개 면대약국을 적발했지만, 부당이득을 환수한 게 6.7%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코로나 전사에서 건보공단 수장 된 정기석 교수

-왜 이리 저조한가.
"공단에서 적발해서 경찰에 의뢰하면 평균 11개월 지나야 수사가 끝난다. 그새 병원을 폐쇄하고 자산을 빼돌려 빈껍데기만 남는다."
 
-다른 수가 없나.
"공단 직원 40명을 특별사법 경찰관(특사경)으로 임명해주면 부당이득을 신속하게 환수할 수 있고 연간 2000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낼 것이다.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 4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고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공무원이 아닌데 과하지 않나.
"금융감독원·국립공원관리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의사협회가 "특사경이 이것저것 다 뒤질 것이어서 피해가 클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한다. 
정 이사장은 "올 11월 지역건보 부과자료를 최신 것으로 업데이트할 때 부동산 가격 하락이 반영돼 재산 건보료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 정부 시절 부동산값 폭등 여파로 재산 건보료가 올라왔다. 지역 건보 소득보험료 정산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어떤 제도인가.
"소득이 갑자기 줄어 건보료를 조정(인하)한 경우 이듬해 11월에 정산하며, 올해 처음 시행된다. 지난해 9~12월 건보료가 조정된 30만명이 대상이다. 조정 후 소득이 올랐다면 보험료를 더 내고, 내렸다면 돌려받는다. 매년 4월 직장인 건보료 정산과 같은 개념이다."
 
-내년 보험료 동결 얘기가 나온다. 

"23조원 흑자가 있지만 석 달 치 지급분에 불과하다. 동결하면 지금이야 좋을지 모르지만 2025년이나 2026년에는 3% 넘게 크게 올려야 한다. 1% 미만 올리면 내년엔 적자가 난다. 최소한 1%대가 돼야 한다."
 
 정 이사장은 중국인 건보 남용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강화(입국 6개월 후)하는 법률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의료가 무너진다. 
"암을 비롯한 질병의 99%는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해도 충분하다. 지역마다 1차 의료기관이 주치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래야 건보가 100년 존속할 수 있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나.
"세태 변화에 따라 젊은 의사들이 워라벨을 중시한다. 파트타임 의사도 늘어난다. 한해 의사가 3000명 배출돼도 업무량은 종전의 90%만 한다. 2700명분의 일을 한다. 정원을 늘리되 필수의료 대책이 같이 가야 한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7세는 내과도 어느 정도 진료할 수 있지만 3세 이하는 참 어렵다. 수가를 10배 더 줘야 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아이가 좋아서 선택할 정도로 해맑다. 필수 분야 의사는 수가로 보상하는 게 최선이다. 열정페이, 더는 안 된다."
 
 정 이사장은 의료계에도 일침을 가했다. "300 베드 미만의 중소병원 병실 가동률이 낮으니까 불필요한 입원이 넘친다. 소위 '사회적 입원'도 횡행한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력해 표준지침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