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영장청구는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에 착수 이후 ‘이재명과의 싸움’에 전력을 다해 온 검찰의 사실상 마지막 승부다. 영장이 발부되면 그간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해 온 야권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지만, 기각되면 2년 동안의 검찰권 행사의 정당성이 의심받게 되면서 잔여 수사의 동력이 소실됨은 물론 기소한 이후 재판에서도 애를 먹게 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접수되면 명운을 건 정치적 도박을 해야하는 처지다.
검찰이 이달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중단시켜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바로 이 대표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과 여권이 ‘방탄 국회’를 비판할 여지를 자를 수 있지만 이 대표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위험이 전제된 도박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증거인멸 정황이 많지만 그럼에도 법원이 야당 대표여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데 무게를 둘 수 있다”(중간 간부급 검사)는 우려가 적잖게 나온다.
기각 우려를 피하는 데 무게를 둔다면 9월 정기국회 회기 중에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접수하는 것도 검찰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다. 정기회는 9월 1일부터 100일간으로 정해져 있어 이 때는 표결에 의한 회기 중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때 접수된 체포동의안은 반드시 표결에 부쳐야 해 민주당은 크던 작던 자중지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추석밥상에도 민주당 내부 갈등이 오르기 쉽다. 검찰입장에선 “수사가 아닌 정치”(민주당 재선 의원)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고 10월 국정감사 파행의 책임을 떠안게 될 수 있는 부담도 큰 선택이다.
이화영 진술조서 증거동의 여부가 최대 변수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계산 사이에서 최근 최대 변수로 부상한 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입이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그룹의 방북 비용 제공 사실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구두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 됐지만 이 진술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수원지법에서 벌어지고 있다. 검찰 입장에선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을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로 묶는 데 필요한 마지막 고리에 해당하는 진술이다.
검찰은 지난달 25일과 지난 8일 두 차례 공판에서 이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대한 이 전 부지사의 동의를 받으려 시도했지만 이 전 부지사와 그 부인이 변호사 선임을 둘러싼 이견을 보이는 등 촌극이 펼쳐지면서 재판이 파행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킨다는 의심이 든다”며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이 대표의 서울중앙지검 소환이 이틀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수원지검에선 “일정 조율도 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키맨’인 이 전 부지사 진술의 증거능력를 확보한 이후에 이 대표를 불러야 유효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검찰의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의 구속기간이 10월 중순에 만료된다는 점을 노리고 이 대표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일부 변호인들이 재판을 거듭 파행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며 “그렇다고 소환 시기를 계속 미룰 수도 없어 검찰이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이 대표의 재판 일정이 빡빡하다는 점도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 대표는 이달 18일과 25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된 재판 준비기일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각각 앞두고 있다. 이 대표가 방어권 보장 등을 명분으로 소환 일정을 늦추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소환시기와 영장청구 시점도 어찌 보면 이 대표 본인에게 달린 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