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으로 공들여온 1961년생 동갑내기 부회장 3인방과 박 부문장은 이변 없이 숏리스트에 올랐다. KB금융은 2021년 4개의 비즈니스 그룹 체제로 개편했는데, 이들은 ▲개인고객·자산관리·연금·소상공인 부문(양종희 부회장) ▲글로벌·보험 부문(허인 부회장) ▲디지털·IT 부문(이동철 부회장) ▲자본시장·기업투자금융 부문(박정림 총괄부문장)을 각각 나눠 맡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00년 국민·주택은행 합병, 2003년 인도네시아 BII 인수 등 주요 인수합병(M&A) 실무를 담당한 뒤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를 진두지휘한 M&A 전문가다. 2018년~2021년 KB국민카드 대표로 재직하면서 실적 증가를 이끌어 비은행 부문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양 부회장은 2020년 KB금융이 10년 만에 부활시킨 부회장직의 첫 주인공이다.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이끈 뒤,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3연임 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KB손보는 지난해 5570억원의 순이익을 내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박 총괄부문장은 KB국민은행 자산관리 그룹 부행장 출신으로 ‘자산 관리 전문가’라는 평가다. 2019년 KB증권 대표로 취임하면서 국내 증권업계 사상 첫 여성 CEO로 주목받았는데,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면 여성 최초 금융지주 수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
외부 후보자 2명은 본인 요청에 따라 비공개됐다. 외부 후보자가 29일 3인으로 추려질 명단에 포함될 경우 공개될 예정이다. 회추위 관계자는 “내·외부 후보자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금융그룹 회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험이 충분한 후보자들”이라며 “내·외부 후보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종 후보자 1명은 심층 인터뷰를 거쳐 내달 8일 선정된다. 이후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 절차를 거쳐 11월 20일 주총을 통해 회장으로 선임된다.
차기 회장 과제는…‘리딩 금융그룹’ 다지기, 글로벌 경쟁력 강화
KB금융은 경영 승계프로그램을 잘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윤 회장이 2014년 취임 직후 지배구조 개선 TFT를 출범해 공을 들였다. 반기 단위로 회장 후보자 군을 업데이트하고, 내부 후보자들에게는 다양한 직무를 맡기고 이사회 일정에 참여시켜 회추위가 지속해서 관찰한다. 외부 후보자 군은 전문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해 관리한다. 이에 대해 다른 KB금융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가 조직을 망가뜨리는 걸 막기 위해 나름대로 촘촘하게 짜인 육성 프로그램”이라며 “이번 숏리스트에 포함된 내부 인사들은 오랜 검증을 거치며 신임을 쌓아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