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배추 가격이 유독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폭염이 연이어 강타한 데다 무름병 등 병해 영향으로 여름배추의 산지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주로 강원도 해발 400m 이상의 고랭지 노지에서 생산되는 여름배추는 매년 6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시장에 공급된다. 특히 7~8월에 주로 재배되는 만큼 기상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배추 가격만 오른 게 아니다. 무(20㎏) 도매가는 2만904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28.7% 올랐다. 같은 기준으로 대파(1㎏)는 56.7% 오른 3084원, 양파(15㎏)는 11.9% 오른 2만720원, 미나리(7.5㎏)는 192.3% 오른 9만1867원을 기록했다. 배추와 마찬가지로 계절적 영향에 따른 수급 불안정이 주원인이다. 현재 태풍 카눈이 동해상으로 북상하고 있어 추가 피해 우려도 있다.
가격이 급등한 채소들이 김치에 활용되는 재료들인 만큼 지난해와 같은 김치 품귀 현상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해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고랭지 배추 씨가 마르면서 한때 배추 가격이 10㎏당 4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이에 직접 김치를 담그는 대신 포장김치를 사 먹는 경우가 늘어났고, 김치 업체들도 배추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대형마트·온라인몰 등에서 일시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품귀 현상이 집중됐던 지난해 9월의 경우 김치 수출이 전년 대비 31.1%나 급감했다. 1년 전체로는 11.9% 감소하면서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국산 김치 가격 상승에 따른 반대급부로 저렴한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어나면서 무역수지는 2858만4000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까지 김치 수출액은 전년 대비 4.8% 상승한 8056만6000달러, 무역수지는 171만8000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올해는 김치 업체들이 지난해를 반면교사 삼아 일찌감치 적극적인 대비에 나서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노지 봄배추 저장량은 전년 대비 41.8% 증가했다.
정부도 여름철 배추 작황 부진에 대비해 약정수매 면적을 120헥타르(㏊)에서 150㏊로 확대하고 추가 수매에 나서는 등 선제적인 수급 안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주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수급 불안이 커지면 도매시장에 집중적으로 비축 물량을 방출해 가격 안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