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미묘한 처지 때문인지 박광온의 100일은 당의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일에 집중됐다. 지난 3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을 대리 사과한 일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이 사과를 거부하며 버티는 데다 이재명 대표까지 휴가로 자리를 비우자 자신이 선제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직접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을 만나 “이해해주면 고맙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2일엔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은 특정 세대에게 상처 주는 언행을 삼갈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대신해 자세를 낮췄다. 결국 김 위원장도 3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공식 사과했다.
정책 의총을 정례화하면서 당내 소통기반을 확장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박 원내대표 취임 뒤 그가 소집한 의원총회는 총 12번이다. 열흘에 한 번꼴로 의원들을 한 데 불러 모은 셈이다. 카운터파트너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주례 회동, 수해 대책 마련을 위한 여야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경색됐던 여야 관계를 풀어내려고 했다.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수면 밑에선 분주하게 움직였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사건 사고 수습에 100일을 흘려보내 아쉽지만, 박 원내대표의 관심 분야는 여전히 민생”이라고 전했다. 연일 쏟아지는 정쟁 이슈에도 폭염 노동현장 방문(1일), 오송참사합동분향소 조문(2일), 플랫폼 스타트업 간담회(3일) 등 을 소화하기도 했다.
향후 박 원내대표앞에는 난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8월 위기설’이 흘러나오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검찰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후속 수사,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안 통과 여부가 3대 과제로 꼽힌다. 한 중진 의원은 “중재자의 역할에 집중하다 보니 메시지와 행보에 힘이 없는 편”이라며 “더 큰 위기가 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언론과 국민에게 그간의 소회를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