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서해 해녀. 해녀가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아는 사람에게 서해 해녀는 낯설 테다. 해녀는 전국 어느 바다에도 있다. 원정 물질 나왔던 제주 해녀가 정착하면서 육지 해녀가 시작됐다. 제주 바깥으로 물질 나간 해녀를 ‘출가 해녀’라 한다.
다음으로 밀수꾼 해녀. 류승완 감독은 인터뷰에서 “군산에 해녀가 밀수에 개입했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다. 출가 해녀 중 일부가 밀수에 가담했었다. 1950년대 일본에서 들어오는 배가 밀수품을 실어 날랐는데 1960년대 세관 감시가 심해지자 밀수품을 바다에 던져놓고 나중에 수거하는 신종 수법이 등장했다. 이때 투입된 해녀를 ‘해녀 특공대’라 불렀다. 1970년대 보도에 따르면 영도의 한 해녀 특공대 조직이 7년간 약 5억원어치 물건을 밀수했었다고 한다. 영화에선 3억원어치 다이아몬드가 나온다.
영화에서 해녀들은 자주 “삼촌”을 부른다. 제주 화법에서 비롯된 호칭이다. 제주에선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으면 다 삼촌이다. 영화에 등장한 해녀 복장도 제주 해녀 복장을 따랐다. 1980년대 초반 고무 잠수복이 나오기 전까지 제주 해녀는 무명으로 지은 잠수복 ‘물소중이’를 입고 바다에 들어갔다.
해녀에게 가장 중요한 장비는 테왁이다. 테왁은 물질 나간 해녀의 튜브이자 표지판이다. 물에 들어간 해녀가 수면에 뜬 테왁을 보고 올라온다. 무엇보다 테왁은 해녀에게 신성한 존재다. 옛날에는 엄마 해녀가 해녀를 시작하는 딸에게 테왁을 선물했다. 딸을 해녀로 인정하는 일종의 증표였다.
사람은 숨을 쉬어야 살지만 물질 나간 해녀는 숨 쉬면 죽는다. 바다에서 숨을 죽여 숨을 지켰던 해녀가 바다 밖으로 나와 숨을 되살리는 소리가 ‘숨비소리’다. 호이익호이익, 이 숨비소리에 해녀의 기구한 삶이 들어있다. ‘제주해녀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혹 오해하실까 덧붙인다. 영화 ‘밀수’는 해녀를 밀수꾼으로 몬 영화가 아니다. 해녀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영화다. 보다 경쾌하게 살짝 짓궂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