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을 올해부터 맡은 첼리스트 양성원은 “예술감독을 맡자마자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이들을 평창에 초청했다”고 했다. “음악 축제는 보여줘야 하는 메시지가 있다. 이들과 함께 하는 무대라면 평화와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키이우 비르투오지는 지난달 27일과 29일 한국의 음악가들과 함께 알펜시아 콘서트홀 무대에 섰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박지윤과 비발디 ‘사계’를, 소프라노 서예리와 베르크·말러의 가곡 등을 들려줬다.
공연이 끝난 후 양성원 감독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전쟁에 대한 메시지를 생각하며 섭외했지만 무대 위에서는 음악 그 자체만 보였다”며 “그만큼 실력과 진정성에서 높은 수준에 있는 앙상블”이라고 말했다. “키이우 단원들과 대화해보면 비극적 이야기뿐이다. 주변의 사람들, 그것도 아주 젊은 사람들을 전쟁 중에 잃었을 뿐 아니라 가족들은 서로 흩어졌다.” 이번에 평창을 찾은 단원은 19명이다.
양 감독은 그 이야기의 비극성과 무대 위의 완성도를 대비해 짚어냈다. “무대 뒤에서 대화할 때 그들의 눈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무대 위에서 악기를 집고 음악을 시작하는 그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됐다. 비발디의 음악 그 자체에 온전히 집중했다.” 그는 이런 과정 중에 우크라이나와 한국 음악가들이 서로의 소리를 듣고 서로에게 맞추기 위해 애쓰던 장면을 포착했다. “키이우 비르투오지는 ‘특별히 잘 맞추는’ 팀이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한국 연주자들과 어떻게든 맞춰주기 위해 조절하고 대화하는 모습이야말로 음악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적절한 장면이었다고 본다.”
키이우 비르투오지는 러시아 태생의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드미트리 야블론스키가 창단했다. 창단 후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이스라엘·스페인·스위스 등에서 한 해 120회 연주했던 팀이다. 전쟁 발발 이후에는 이탈리아 키에티로 본거지를 옮겨 활동하고 있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는 5일까지 계속된다. 폐막 공연에선 한국의 최하영과 일본의 미치아키 우에노가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나눠 연주한다. 양 감독은 “일본과 한국의 젊은이가 음악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평화의 메시지가 음악에 자연스럽게 포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