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제작을 겸한 김용화(52·사진) 감독은 한국 최초 유인 달 탐사선 소재의 블록버스터를 구상하며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현재 우리나라의 (우주) 기술력을 왜곡 없이 구현”해, “진짜 같은 체험적 영화를 생생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작 ‘신과함께’ 2부작(2017·2018)에서 웹툰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다채로운 지옥도를 그려 총 2669만 관객을 동원한 김 감독이다. 한국영화 기술력에 자신감이 붙자, 어릴 적부터 동경해온 우주 영화에 도전장을 냈다.
‘더 문’의 순제작비는 286억원으로, 올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4편 중 최고 수준이다. 7개월 넘는 프리 프러덕션(촬영 전 제작 단계) 기간 동안 한국천문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과학 검증에 공을 들였다. 실제 나로우주센터를 실명까지 살려 세트로 본떠 구현하고, 아직 국내 실현되지 않은 유인 달 탐사선은 계획도를 토대로 NASA가 쓰는 부품·소재를 가져와 제작했다. 달 표면의 월석은 알루미늄으로 3개월에 걸쳐 하나씩 만들었다. 촬영에 동원한 카메라만 46대, 지구와 달 장면 카메라 기종을 달리했다. 관객들이 공간감의 차이를 자연스레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더 문’은 38.4만㎞ 떨어진 달과 지구의 가깝고도 먼 거리를 인물 간 관계의 드라마에 녹여냈다. 부상까지 당한 선우의 생존 의지는 과거의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재국까지 구원한다.
“원래 재국의 시점으로 기획한 영화를 편집 단계에서 선우 중심으로 바꿨죠. 사전 블라인드 모니터 시사(영화 편집 단계에서 일반 관객 반응 점수를 매기는 시사)에서 우주에 있는 선우의 실패와 용기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이 훨씬 컸거든요.”
영화에선 지구의 6분의 1 중력이 작용하는 달 표면에 유성우가 미사일처럼 쏟아진다. 달 뒷면에 있던 선우의 급박한 탈출 상황은 밝혀진 과학적 사실에 상상을 보탰다.
‘더 문’은 표현 수위와 소재에 있어 전 연령대 관객에게 적합한 가족 영화로 꼽히지만, 주인공 가족에 얽힌 과거사가 중심이 되는 후반 감정신들은 과잉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감독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안된 액션 장면은 관객의 몰입이 30초도 못 간다. 신선한 소재에 도전하는 만큼 관객과 감정적 측면에서 소통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더 문’은 미국·캐나다·싱가포르 등 해외 155개국에 선판매됐다. 아시아에선 한국과 동시기 개봉하는 나라가 많다. 우주에 고립된 대원을 구해오는 서사 흐름이 할리우드·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개성 강한 SF들에 비해 단조롭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이해하기 쉬워 오히려 해외 시장 개척엔 유리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규모 예산의 VFX 작품일수록 더 넓은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미스터 고’(2013)를 만들 때부터 아시아를 하나의 시장권으로 묶는 노력을 계속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면서 “차기작도 극장영화·OTT 중 어느 쪽이 되든 아시아 동시 공개를 목표로 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