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보이스피싱 등 온라인 금융사기 피해가 심해질 때 이를 예방하는 목적에서 등장했는데, 2019년 말 오픈뱅킹이 전면 시행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당시 배우자에게 인증서를 맡겨둔 사람에겐 ‘발등의 불’이었다. 그간 주거래 은행이 아닌 곳에 비상금 계좌를 만들어놓고 관리했는데, 인증서만 있다면 오픈뱅킹 서비스로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스텔스 계좌 신규 등록 건수는 2019년 22만9000건에서 오픈뱅킹 도입 후 매년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5만9000건, 올해는 6월까지 벌써 25만3000건이 새로 등록됐다. 이 추세라면 올해 50만건을 넘어설 수 있다.
이는 오픈뱅킹 등 이용자 편의에 맞춰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도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의 민감한 사생활인 ‘금융 프라이버시’가 남에게 들춰질 수 있다는 고민에서다. 특히 과거에는 ‘비상금 숨기기’가 남편만의 고충처럼 여겨졌지만,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옛말이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텔스 계좌는 잔액을 확인하거나 돈을 뽑기 위해선 직접 은행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돈을 넣어 두고 잊어버리면 잘 안 쓰게 된다는 점을 노리고 저축 용도로도 쓰는 고객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