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9조 적자 삼성, 하반기엔 ‘반등전자’

중앙일보

입력 2023.07.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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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3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상반기에만 반도체 사업에서 9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분기에 비해 적자 규모가 소폭 감소하면서 ‘반도체 바닥론’에는 힘이 실렸다. 낸드플래시 위주의 감산 확대 조치와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을 확대 전략 등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영옥 기자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60조55억원, 영업이익 6685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2.3%, 95.3% 감소한 규모다. 1분기 영업이익(6402억원) 대비해서는 다소 상승했다. 삼성전자 측은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가 감소하며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이익이 줄었지만, 반도체부문 적자 폭이 축소되고 디스플레이·TV·생활가전 수익성이 개선돼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소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14년 만에 영업적자(-4조5800억원)를 냈던 반도체부문의 적자 폭은 1분기 만에 2200억원 감소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DDR5와 HBM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용 수요 강세에 대응해 D램 출하량이 예상보다 늘어난 영향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재고는 지난 5월 정점 후 하락(피크아웃)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감산 기조는 이어진다. 김 부사장은 “재고 정상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D램, 낸드 모두 제품별 선별적인 추가 생산 조정을 진행 중”이며 “낸드 위주로 생산 하향 조정 폭을 크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낸드 부문 감산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SK하이닉스도 낸드 감산 규모를 5~10%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회사 모두 D램보다 낸드의 시장 회복 속도가 더디다고 판단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김영옥 기자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HBM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내년엔 HBM 생산 능력을 올해 대비 2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에 이어 이날 삼성전자까지 시장 전망치(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6000억원)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는 가격 하락 폭이 크게 축소되며 전 분기 대비 영업적자 폭이 줄어들고,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는 가동률 회복에 따른 영업흑자 전환이 예상돼 3분기 실적은 턴어라운드할 것”이고 내다봤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 축소 효과로 업황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2분기 매출 40조2100억원, 영업이익 3조830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MX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25조5500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6% 증가한 3조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폴더블 등 주요 신제품의 성공적인 출시로 연간 기준으로 두 자릿수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TV·생활가전 사업은 영업이익 74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배로 뛰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하만은 각각 8400억원, 2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실적 한파에도 투자는 늘렸다. 2분기 연구개발에 역대 분기 최대인 7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시설 투자액은 14조5000억원으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50%, 마이크론 -42%, TSMC -12%, 인텔 -19% 등 글로벌 기업이 투자를 줄인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기 반등에 대비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라며 “메모리는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설비 투자, 파운드리는 미국 테일러와 평택 중심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