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6일자 10면 ‘양창수 “만주국법 차용한 민법, 지금도 그 법으로 전세거래”’ 기사는 법무부가 70년 만에 민법개정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텐데 단순히 이를 옮기지 않고 민법의 대가를 인터뷰해 전면 개정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12~14일자에서 다룬 ‘2023 세금 낭비 STOP’ 기획기사는 예산 낭비 사례를 접하면서 분노의 감정까지 생기던 차에 적절한 문제 제기를 한 기사였다. 다만, 누가, 어떤 경위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를 명확하게 지적해 책임을 물어야 앞으로 유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 이후 우리 사회에서 나오던 자체 핵무기 보유 논란이 일단 사라졌고, 대신 ‘워싱턴 선언’ 후속 조치가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대해 관심이 커졌다. 19일과 20일자에서 첫 ‘핵협의그룹(NCG)’ 회의 결과를 보도했는데 여전히 선언의 내용이 레토릭 차원에 머문다는 우려를 가진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아쉬운 측면이 있다.
19일 ‘‘퇴사율 60%’ 이 직장…“가오 상실 시대” 한탄하는 의사들 왜’ 디지털 기사는 제4차 의료보장혁신포럼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소개하는 기사다. 그런데 “지역 의대를 나오면 익숙한 정주 여건을 선호하는 등 임금 외 요인에 대한 선택이 열려 지역 의사 수가 늘어난다”는 주장은 지역 로스쿨 졸업 변호사들의 지역 정주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연구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7월 10일자 1·5면에 걸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민주당 초청으로 국회를 방문해서 일어난 일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그런데 1면 제목이 ‘그로시 국회 불러놓고 민주당 호통, 시위, 욕설’이었고, 5면 제목은 ‘국회 면담장 밖 노재팬 티셔츠, 욕설 시위…여당 “국제 망신”’이었다. 기사는 그로시 총장은 점잖고 합리적인데 야당과 시민단체는 매너도 없고 경우도 모르는 존재로 다뤘다. 기사는 그로시 총장이 한국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고, 시민들의 의견 표출에 대해서는 혹독한 평가를 했다.
5일자 16면 ‘“킬러 문항 없다는 말에 반수 결심”…N수생 몰리는 입시학원’ 기사 말미에 “사교육을 잡겠다고 정책을 흔들면 역설적으로 사교육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는 인용문이 나오는데 킬러 문항을 없애면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건지, 수능이 쉬워지는 것이 무조건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지적했다.
15일자 ‘오염수 ‘가짜 과학’이 국민 혼 빼앗아 괴담으로 번졌다’는 인터뷰와 과거 사례 그래픽을 통해 초기에 소비자들에게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광풍 여론몰이를 했지만 결국 과학적으로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입증되고, 재판에서도 무죄가 난 사실을 자세히 소개해 괴담의 위험성을 잘 보여줬다.
‘그림자아이’ 문제는 의사들이 낙태 수술을 기피하고, 비혼 상태에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이 낳은 불행이다. 낙태를 어느 정도까지 합법화할 것인지, 또 원치 않는 아이를 낳을 경우 사회가 어떻게 수용할지 등에 대해 제도적, 법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오면 좋겠다.
수해 피해와 관련해 매년 수재가 반복되는데 각 지자체에서 수해의 원인 분석과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짚어준다면 앞으로 소중한 인명이 희생되는 것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과 관련해 경제 외교에 대한 기사를 많이 다뤘는데 비판적 시각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대통령실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국민 시각에서 대통령의 경제외교 활동이 실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7일자 1면 ‘혼인신고 땐 청약 불가, 맞벌이 부부 ‘위장 미혼’’ 기사가 실렸다. 세태를 보여주는 기사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4일자 1면에 ‘또 무늬만 개방형 채용, 감사관 절반 내부 수혈’ 기사와 관련해 개방형은 좋은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접근한 거 같다. 사실 민간 우수인재는 ‘경력 세탁’의 경우를 제외하곤 지원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민간 지원자와 공무원의 이력서를 보면 경력 면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인사혁신처의 시각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개방형 채용이 효율적인지를 다뤘으면 좋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