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료원은 이날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등에서 발굴한 기록영상을 공개했다. 1950~60년대 한국을 원조하고 재건을 도운 미군과 UN이 기록용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영상자료원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와 함께 약 190분 분량의 필름 24릴을 발굴했는데, 대부분이 1953년부터 1971년까지 이뤄진 미군대한원조(AFAK) 프로그램 때 촬영한 영상이다.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주한미군 주도의 AFAK는 지역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소규모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주로 미군 부대 주둔지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종교, 문화 및 교육 기관을 지원하고 고아원·병원·학교 건설 등의 활동을 펼쳤다”면서 “굵직한 인프라를 지원받을 수 있었던 만큼 지역 주민 입장에선 실질적인 도움이 됐고, 직접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이 영상에 생생하게 담겼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로 넘어가면 흑백의 영상이 컬러로 바뀌는데, 미군의 원조로 지어진 경기도 파주 상업여자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여고생들이 군복을 입은 미군 장병과 배구 시합을 하거나 율곡 중·고등학교에서 교직원과 학생, 미군이 삽을 들고 교정 정비작업을 함께하는 장면도 있다.
물론 이번에 공개된 영상만으로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기엔 한계도 있다. 영상자료원은 “기록영상은 미군이 냉전 시기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 활용한 것으로, 미군의 인도주의적인 모습을 부각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밝혔다. ‘지원하고 지도하는 미군과 그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한국인’의 구도가 의도적으로 강조된 연출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정영신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시 한국인들은 각종 재건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영상 속 여러 장면에 대한 입체적 분석과 함께 영상 외에도 다양한 자료를 교차 검증해 원조·재건 사업을 한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상자료원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공개한 기록영상 중 핵심 부분을 27일부터 한 달 동안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웹사이트에서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