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회복 왜 더디나?
미·중 경제 전쟁으로 촉발된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통제와 디커플링 영향으로, 중국 내부의 산업 구조조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신규 투자 의욕은 많이 상실된 상태며, 중국 개인과 기업은 해외에서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미국, 유럽은 물론 동남아 권역으로 회사나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현상이 도처에서 뚜렷하다.
중국 부동산 경기는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정부나 관련 기관의 감질나는 정책과 대책은 전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최근 몇 년 새 준공된 아파트의 공실률이 50%에 육박하는 것도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불경기는 지방 정부의 재정압박으로 직접 연결된다.
청년층 실업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의 삼포 세대로 불리는 ‘탕핑족(躺平族)’의 숫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중국이 공동부유를 내세우면서 게임, 핀테크, 빅데이터, IT 플랫폼, 교육산업 등을 규제하면서 고급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대졸자의 취업은 물론 관련 사업의 창업도 줄어들게 하여 청년실업을 가중하고 있다.
외국인들 사이에선 중국행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발효된 반(反)간첩법의 영향 때문이다. 지문과 안면 인식 등록 등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국 비자 발급 절차도, 외국인의 대(對)중국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까다롭고 고압적인 입출국 절차는 중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지난 7월 12일 리창(李强) 총리는 알리 클라우드(阿里雲), 메이퇀(美團), 샤오훙수(小紅書)등 플랫폼 기업을 불러 좌담회를 열고, 수요 확대를 통한 새로운 성장엔진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한 경기회복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은 경제 성장률에 정권의 사활을 거는 나라다. 하반기에 정부 주도의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겉도는 미·중 대화
지난 5월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7개국(G7)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선 ‘디리스킹(De-risking)’이 미국과 서방의 대중국 전략 경쟁의 핵심 원칙으로 선언됐다. 첨단산업의 탈(脫)중국을 의미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이 아닌 규제를 약간 풀어주는 ‘디리스킹(De-risking)’으로 다변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미국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인식하고,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비교하면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EU 회원국들은, 중국의 집요한 선물 공세와 자국의 녹록지 않은 경제 사정으로 물밑에서 실리를 챙기기 바쁘다. 중국을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필수 파트너’로 보아야 한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새로운 변화
창업 민영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적합한 업종을, 효율적인 통제를 위해 국영기업에 맡기는 현실은 시대 역행적이다. 홍콩사태나 3연임 같은 전체주의적인 국정 운영에 실망한 부자들의 해외 이민이 증가하면서 국부 유출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중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칭화대 교수 리다오쿠이(李稻葵)의 제안
리 교수는 중국 경제의 잠재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축으로 투자 잠재력이 충분하고, 연구·개발 능력은 10여 년 전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으며, 인적자원의 총량도 미국보다 많아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리 교수는 “중국경제의 과냉 방지를 위해 소비 촉진을 위한 보조금 도입,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방채 문제 공동 해결, 신흥산업에 대한 개방, 부동산세 부과 중단, 부동산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자본주의에 기반을 두어 실용주의로 국부를 일으킨 중국이, 이념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나 기업에 좋은 일이 아니다. 중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비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조평규 동원개발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