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매체에 보낸 성명에서 “지금 이스라엘 지도부의 사법 개편은 더욱 분열적으로 돼 가고 있다”면서 “현재 이스라엘이 직면한 여러 위협과 도전을 고려할 때, 지도층이 사법 개편을 서두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합의점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을 때도 이런 우려를 전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서 민주적 가치는 가장 중요한 상징으로 언제나 있어 왔고, 남아 있어야만 한다”며 뼈 있는 경고를 날렸다. 이튿날 백악관을 찾은 이스라엘의 대외 수반 아이작 헤이조르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철통 같다”고 하는 등 주로 양국 간 전통적인 우의와 안보 공조를 부각했다.
프리드먼은 바이든이 한 발언을 직접 인용하진 않았지만, 칼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포함됐다. “바이든이 네타냐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했다. 지금 사법 개편을 그만두라는 것, 그가 이것을 계속 강행하면 이스라엘과 미국 민주주의의 관계는 깨질 것이고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것.”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는 “네타냐후 정권의 사법 개편은 사법 장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NYT는 23일까지 수도 텔아비브에서 의회가 있는 예루살렘까지 4박 5일간 약 2만 명이 가담한 행진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예루살렘의 크네세트 주변에는 이날까지 반대 시위를 벌이기 위해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이스라엘 최대 노동자 단체인 히스타드루트는 총파업을 예고했고, 예비군들도 1만 명 넘게 복무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예루살렘은 ‘폭풍 전야’의 분위기다.
성문 헌법이 없는 이스라엘은 14개의 기본법이 사실상 헌법 역할을 한다. 대법원이 1990년대에 판례로 이를 확인했다. 지난해 출범한 네타냐후 6기 정부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우 성향을 띠는 정부로 꼽힌다. 극우 인사들이 주축이 돼 유대교 정통파와 세속주의 간 균형을 맞춰왔던 대법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구성하겠다는 심산이다. 일각에선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가 법원 길들이기 차원에서 사법 개편에 동참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