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는 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를 나서면서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 죄송하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또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는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었던 것 같다. 너무 잘못한 일”이라며 “저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낮 흉기 난동 사건에 시민 불안도 확산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는 범죄의 유형을 ▶정신 장애형 ▶처지 비관형 ▶만성 분노형 등으로 분류한다. 전문가들은 조씨의 범행이 ‘만성 분노형’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만성 분노형 범죄자의 경우 90.9%가 전과가 있고, 전과의 대부분(86.4%)도 폭력이나 상해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인 상대로 잔혹범행…전문가 “만성 분노형 묻지마 범죄”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7분쯤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m가량 떨어진 골목에서 30㎝ 길이의 흉기로 20대 남성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다른 3명의 남성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살인·살인미수)를 받는다. 신고를 받고 4분 뒤 출동한 경찰에 발견된 조씨는 흉기를 내려놓고 체포됐다. 조씨와 피해자 4명은 일면식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상자 3명 중 1명은 퇴원해 통원치료 중이다.
숨진 피해자의 사촌형이라고 밝힌 청원인 김모씨는 이날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와 이번과 같은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적었다. 김씨는 “사촌동생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외국에서 일하는 아버지 대신 동생을 돌봐 온 실질적 가장”이라며 “저렴한 원룸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가 흉기에 찔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조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급속도로 확산함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접속 차단 조치를 의뢰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영상 유포가 유족과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만큼 반복적으로 유포·게시·전달하는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수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