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인공지능(AI) 4대 석학’ 중 한 명인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겸임교수가 20일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대가 다른 아시아 대학들 사이에서 강점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산업계에서 쓰이는 복잡하고 실용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역량 때문”이라고 말했다.
응 교수는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의 ‘초거대 AI 모델 및 플랫폼 최적화센터(CHAMP)’ 개소식에 참석해 ‘AI 기술의 기회’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엔 국내 AI 기업 관계자들과 대학생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AI를 범용 기술로 정의하며 “마치 전기처럼 한 가지에만 유용한 게 아니라 여러 요소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AI 기술 분야를 오랫동안 지배한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방식이 앞으로는 챗GPT 같은 ‘생성 AI’ 학습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도학습은 사람이 직접 컴퓨터에 데이터를 개별 입력해 반복 학습을 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생성 AI는 다량의 데이터를 사전 학습한 이후부터는 명령어(prompt)를 입력해 AI를 지속적으로 훈련시키는 게 가능해졌다. 응 교수는 “지난 10년 간은 A라는 정보를 입력해 B라는 결과를 얻는 지도학습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10년은 프롬프트만 넣으면 AI가 값을 내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응 교수는 AI 기술이 인류 멸종 등의 극단적인 재앙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크게 과장됐다(wildly overhyped)”고 평가했다. 그는 “인류는 기업, 혹은 국가라는 거대하고 강력한 독립체를 운영해온 충분한 경험이 있다”면서 “AI의 기술 발전은 점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인류를 멸종시킬) 초지능을 가지게 되는 시나리오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CHAMP는
이재진 CHAMP 센터장(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은 개소식에서 “1단계 목표로 2026년까지 오픈 AI의 ‘GPT-3.5’와 정확도는 비슷하게, 모델의 크기는 100분의 1 수준으로 작게 만들 것”이라며 “2029년까지 최신 AI모델과 비슷한 성능을 만드는 게 2단계 목표”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전병곤 프렌들리AI 대표(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현장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AI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마땅한 한국어 AI 언어 모델이 없었던 게 불편했다”며 “한국어 언어 모델이 성공적으로 나온다면 국내 AI 스타트업들도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