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학자로서의 학문적 성과도 탁월하다. 단행본 20여권(공저 포함)을 냈는데,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2021)로 선정된 『민법학의 기본원리』처럼 쟁점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면서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서술해 호평받은 책이 많다. 그런가 하면 우수한 교수법으로 강의하는 교수에게 주는 서울대 학술연구교육상(2022)을 받을 정도로 교육자로서의 자질도 뛰어나다.
능력·사생활 모두 평판 좋지만
김앤장 10억 등 거액 받은 건 문제
전관예우 넘어 후관예우 우려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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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프로필만큼 비공식적 삶의 모습도 남다르다. 법관 시절 명사 음악회에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의 협연자로 무대에 설 정도로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음악 전공자인 모친의 피를 물려받아 피아노·클라리넷도 수준급이란다. 운동도 잘해서, 서울대 총장 배 테니스대회 우승 경력도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학창 시절 교수인 부친을 따라 미국 유타주에 머문 덕분인지 영어는 원어민 수준이고, 도쿄대 특임교수 시절엔 일본어로 강의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보통 사람은 범접조차 어려운 천재, 또는 수재다. 사생활 면에서의 흠도 없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귀감이 되는 4남매의 아버지인데, 본인이 쓴 책 서문마다 치과의사인 아내와 네 자녀 이름을 꼬박꼬박 언급할 만큼 가정적이다.
하지만 난관이 예상되던 임명동의안은 예상과 달리 쉽게 통과됐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까지 진보 성향도 아닌 그에게 찬성표를 던진 덕분이다. 명분은 그가 의견서로 벌어들인 소득상당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다 의견서 일부를 국회가 열람할 수 있도록 동의했다는 것인데, 평소 더불어민주당 행태로 볼 때 이례적이다. 대법관이라는 자리는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하고, 그러기에 가혹하리만큼 투명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는 청문회에 앞서 단 1건의 의견서만 스스로 공개했다. 엄격하게 비밀유지를 해야 하는 국제중재 건 이외에 다수의 국내 재판 관련 의견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야당은 찬성표를 던졌다.
국회의 동업자 봐주기나 향후 권 대법관이 맡을 재판의 신뢰도도 물론 문제다. 하지만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인 전관예우를 넘어 '후관예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객원교수는 페이스북에 "대형로펌은 향후 대법관 임명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상대로 의견서를 의뢰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려 할 것"이라며 "전형적인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권 대법관이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지만 반박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