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59)가 『건널목의 유령』(황금가지)으로 돌아왔다. 전작 『제노사이드』가 나온 지 11년 만이다. 『건널목의 유령』은 전직 일간지 기자가 철도 건널목에서 사망한 여성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61년 전 도쿄에서 발생한 미카와시마역 사고의 ‘이름 없는 죽음’이 소설의 단서가 됐다.
그의 소설은 흡입력이 강하다.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 듯 빠르게 직진한다. “쓸데없는 것을 쓰지 않는다. 이야기에 필요한 것 만을 쓴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다카노는 “모든 장면에서 이야기가 진전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한 장면을 오직 인물을 소개하는 데만 쓴다면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런 전개는 지양한다”고 덧붙였다.
『건널목의 유령』의 배경은 1990년대 일본이다. “1990년대 일본에서는 버블 경제가 무너지면서 역설적으로 공포심이나 위기감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대한 욕구가 치솟았다”고 그는 말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한때 전국 일간지 사회부 기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계약직으로 여성 월간지에서 일하는 중년 남성이다. 그는 철도역 건널목에서 찍힌 심령 사진을 제보 받고 계약을 연장하고 싶으면 ‘심령 특집’을 흥행시키라는 상사의 지시에 따라 취재를 시작한다. 인터넷도 휴대폰도 없이 오로지 현장을 뛰며 ‘맨땅에 헤딩’하는 기자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땀내를 풍긴다. “유령을 다루는 만큼 그 외의 부분에서는 최대한 현실성을 끌어올리려 했다”는 그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회파’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지만, 그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사회적 메시지나 주제 의식을 먼저 생각하면서 글을 쓰지 않는다”면서다.
“누구도 만든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할 수 있는 한 재미있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