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는 7월과 9월에 절반씩 나눠낸다. 보유세 부과의 기준인 아파트 공시가격은 올해 4억8000만원으로 1년 새 17% 떨어졌다. 그는 전산 오류를 의심해 구청에 문의했지만, “부과 대상의 25%는 재산세가 늘었다”며 이상 없다는 답을 들었다. 송씨는 “줄여준다던 재산세가 늘어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 하락에도 지난해보다 높은 재산세를 고지받은 1주택자가 속출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인 18.6% 떨어지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까지 낮아지면서 정부는 1주택자의 보유세가 2020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재산세가 가구당 평균 7만2000원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그런데 일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부는 이런 사례를 8~9가구 중 1가구꼴로 추산한다.
19일 중앙일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팀장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올해 공시가격이 22% 하락한 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 84㎡ 소유자는 올해 64만원의 재산세를 내야 한다. 지난해보다 3만3000원(5.4%) 늘었다.
강서구 등촌동 ‘등촌주공3단지’ 37㎡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4억1100만원에서 올해 20% 내렸지만, 재산세는 36만9000원에서 40만6000원으로 세 부담 상한선인 10% 증가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정부 발표와 달리 재산세가 올랐다”, “재산세가 늘어난 게 이해가 안 된다” 같은 글이 잇따랐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1주택자의 올해 재산세 증가 가구를 추정한 결과, 전체 1008만 가구의 11.6%인 117만 가구로 파악됐다. 특히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의 세 부담이 커졌다.
정부가 지난 5월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을 지난해 45%에서 올해 43~44%로 낮춰 재산세 부담을 덜어줬지만, 일부는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재산세 부담이 줄었지만, 개별 주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지난해 공시가격이 5억8000만원인 주택 소유자 A씨의 경우 지난해 재산세는 49만원, 올해는 53만원 부과됐다. 지난해는 재산세 산출액이 89만원인데 세 부담 상한(10%)에 걸려 49만원만 냈다. 올해는 공시가격이 20% 내렸어도 재산세 산출액(약 70만원)이 전년 재산세보다는 훨씬 높아 상한선(10%)만 올렸지만, 세금을 내는 입장에선 전년보다 더 오른 셈이 되는 것이다. 박 분석관은 “그간 세금을 덜 내고 있던 데서 오는 일종의 착시 효과”라고 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일부 1주택자의 경우 내년에 과표상한제가 시행되고 공시가격이 안 올라도 재산세가 올해보다 늘 수 있다”고 말했다. ‘과표상한제’는 공시가격이 뛰어도 세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과세표준의 연간 인상률을 5%로 묶는 제도로, 세 부담 상한제를 대체해 내년에 도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