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SK하이닉스가 주요 기관 투자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연 비공개 테크 세미나가 발단이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SK하이닉스와 경쟁사 간 기술 경쟁력 비교 등 다소 민감한 내용도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내고 “SK하이닉스는 AMD 등 고객사와 오랜 기간 협업해 HBM 시장을 선점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가격이 기존 DDR4보다 높게는 6~7배여서 불황을 맞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엔 수익성 개선의 돌파구로도 꼽힌다. 최근엔 AI 열풍으로 값이 더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HBM 판매 물량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이지만 매출 비중은 10% 정도”라고 말했다. 황민성 연구원도 “(HBM의) 물량이 늘어난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출 증가와 손익 개선이 빨라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이 각각 53%, 38%, 9%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업체마다 진단과 전망에 차이가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은 최근 임직원 소통 행사에서 “삼성 HBM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50% 이상”이라며 “HBM3(4세대 HBM), HBM3P(5세대)가 내년에는 이익 증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부터 로직 파운드리, 패키지 기술을 모두 보유한 강점을 살려 최첨단 로직 반도체와 HBM 같은 고성능 메모리를 하나로 연결한 2.5차원, 3차원 패키지 제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또 충남 천안사업장의 HBM 생산 능력을 내년 말까지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아직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으로 크지 않다며 과도한 경쟁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는 서로 치고받기보다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출시하며 산업 전체를 발전시켜왔다”며 “시장 판세는 또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