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30)씨의 누나(35) 김씨는 동생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생 김씨는 청주시내 초등학교의 교사였다.
숨진 김씨는 청주 자택에서 충남 천안시의 한 공공기관 필기 시험에 응시하는 처남을 오송역(KTX 고속철도)에 데려다 주려고 함께 이동하다 사고 현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김씨는 지난 5월 결혼한 새신랑이었다.
사고 당시 김씨와 처남은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자 우선 차량에서 빠져 나와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갔다고 한다. 물이 차올라 차량 지붕에서도 견딜 수 없게 되자 둘은 바깥으로 헤엄쳐 나오려고 했는데, 매형(김씨)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게 처남이 기억하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밤새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을 가동해 지하차도에 고인 물을 빼냈다. 16일 오전 4시33분쯤 버스 지붕 아래로 수위가 내려가자 오전 6시부터 잠수대원을 수중 투입해 본격적인 구조 작업을 벌였다. 수중 수색 1시간20분 만에 버스 앞쪽 출입구에서 70대 여성을 발견하는 등 실종자 5명을 추가 구조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아침 8시30분 쯤에는 지하차도 입구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발견된 김씨를 포함해 16일 오전 9시 기준 사망자는 총 7명이다.
실종자 가족 30여명은 현장 지휘본부 뒤에 마련된 대기 장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한 실종자 가족은 “아무리 비가 많이 왔어도 물이 유입되는 둑을 빨리 막고 어제 하루 종일 배수를 했으면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있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정일 청주서부소방서장은 “3시간 정도 배수를 하면 구조대원들이 도보로 집중 수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배수가 완료되면 소방당국은 군·경찰과 함께 합동으로 수색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하지만 지하차도가 박스형으로 에어포켓 등 대피할 공간이 없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충청북도 관계자는 “해당 지하차도는 에어포켓이 생기지 못하는 구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