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비핵화 대화하라"
안 대사는 올해까지 4년 연속 북한 대표로 ARF 외교장관회의에 화상 혹은 대면으로 참석하고 있다. 당초 인도네시아 당국은 북한의 외교장관급인 최선희 외무상이 ARF에 직접 대면으로 참석하도록 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코로나 19 이후 국경 봉쇄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은 올해도 현지 공관장인 안 대사를 대리 참석시켰다.
안 대사는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열린 ARF에서도 박 장관과 리셉션 행사장에서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눈 적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안 대사에게 인사차 "1년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며 "최선희 외무상이 올해 ARF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하며 최 외무상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도 건넸다고 한다.
北 '억지 주장' 이어가
참석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안 대사는 이 자리에서 "한ㆍ미 연합훈련으로 인해 북한이 자위적 차원의 방어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고 미사일 발사가 주변 나라들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최근 미군의 정찰기가 북한의 수역 가까이 왔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재차 내세우며 "문제의 원인은 북한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 장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놓고 어떻게 주변국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것이라는 말을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북한의 주장은 기관총을 마구 쏘고서 안 맞았으니 당신은 안전하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이 한ㆍ미 연합훈련이라는 주장은 적반하장이자 '마차를 말 앞에 둔다'는 말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방위 지탄 받은 北
이와 관련, 그간 북한에 대해 노골적인 규탄 메시지를 자제하던 아세안마저 등을 돌린 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4일에는 한ㆍ미ㆍ일 외교장관이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실제로 이번 ARF에서 북측 안 대사는 14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미리 준비한 듯한 주장을 줄줄 읊었을 뿐 대체로 존재감 없이 소외된 모습이었다고 한다. 13일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이 주최한 리셉션에서도 대사급 인사들이 머무르는 공간에서 여타 인사와 별다른 교류 없이 잠시 머무르다 자리를 떴다.
박진 "아세안 지지 확보"
박 장관은 ARF 참석 직전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순방을 수행해 리투아니아에서 인도네시아까지 두 번의 경유를 거쳐 20여시간 이동하는 강행군을 펼쳤다고 한다.
박 장관은 현지 일정을 마무리한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에 대한 아세안 측의 환영과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했다"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보편적 가치 수호, 규칙 기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역내 연대와 협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ARF 기간 한ㆍ미ㆍ일 외교장관은 5개월만에 다시 한 자리에 모여 북핵 도발에 대응한 "물 샐 틈 없는 공조"를 과시했다. 또 이르면 다음 달 초 열릴 가능성이 있는 3국 정상회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졌다. 박 장관은 "한ㆍ미ㆍ일 외교장관은 차기 정상회담이 3국 협력을 포괄적으로 강화할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고 이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