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관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장관들에게 고강도의 인적쇄신을 요구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해서는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는 공무원은 과감히 인사조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한 장관이 부처 내 1급 3명(기획조정실장·물관리정책실장·기후탄소정책실장) 모두에게 사표를 받으면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뒤이어 대통령실 출신의 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부임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고된 상태다.
한 장관은 다음 달로 예상되는 하반기 인사 키워드로 ‘균형’과 ‘성과’를 꼽았다. 환경부 예산의 40%를 차지하는 물 관리 분야에서는 균형 인사를 강조했다. 한 장관은 “과거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나눠하던 물 정책이 2020년 환경부로 완전히 통합됐다”며 “국토부 출신 물 관리들을 (주요직에) 중용해 정책 추진의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1일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능력과 성과가 인정되면 과장급 공무원도 고위직으로 바로 승진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연차가 낮은 5급 이하 실무진들에게도 성과에 따라 인사혁신처가 허용하는 최대한도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물갈이 강도 세다…하천 보전에서 개발로 전환 박차"
문재인 정부는 국토부의 수자원 부서를 환경부 산하로 이전시키면서 물관리 정책의 초점을 하천의 재자연화를 통한 수질 관리에 맞췄다. 한 장관이 과거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당시 국토부 실무진들을 적극 기용하려 하는 것은 국가통합물관리 정책의 판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장관은 지난 4월 남부지방 가뭄 당시 충청남도 부여군의 백제보를 찾아 “4대강 보는 훌륭한 물그릇”이라며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환경부가 추진하는 물갈이의 강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하다"며 "부처 실장 자리 셋 중 과반을 국토부 출신으로 낙점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지천 지류 정비…MB 못다 한 4대강 사업 마무리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개발과 보전이라는 양극단의 갈등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의 무게 중심이 개발로 급격히 쏠리면 4대강 등의 환경 정책이 또다시 정치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양적·질적 관리가 모두 중요한데, 이전 정부도 이번 정부도 한 가지 결론을 내놓고 연구를 진행하고 정책을 추진하면 안 된다”며 “녹조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데, 녹조의 원인부터 해결 방법까지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