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스타전에는 팬들과 동료들의 선택을 받은 프로야구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팬과 선수단 투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를 비롯해 양현종(35·KIA 타이거즈)과 고우석(25·LG 트윈스), 노시환(23·한화 이글스), 김주원(21·NC 다이노스) 등 25명이 나눔 올스타로 뭉친다. 이와 맞서 양의지(36·두산 베어스)와 최정(36·SSG 랜더스), 구자욱(30·삼성 라이온즈), 박세웅(28·롯데 자이언츠) 등 25명은 드림 올스타 유니폼을 입고 뛴다.
실력과 인기를 모두 갖춰야 나설 수 있는 올스타전. 그렇다면 프로야구 감독들의 현역 시절 별들의 잔치는 어땠을까. 현재 1군 지휘봉을 잡고 있는 사령탑 10인 가운데 올스타전을 수놓은 이는 모두 6명이다. 최고참 이강철(57) KT 감독을 비롯해 래리 서튼(53·미국) 롯데 감독, 김원형(51) SSG 감독, 김종국(50) KIA 감독, 이승엽(47) 두산 감독, 박진만(47) 삼성 감독이 별들의 잔치를 빛냈다. 올스타전 개막을 맞아 이들의 ‘왕년 활약상’을 되돌려봤다.
6명 중에서 가장 많이 올스타전을 누빈 사령탑은 역시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이다. 모두 11차례로 선수 시절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이 감독은 “올스타전은 선수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어릴 적 TV로만 보던 대선배님들과 함께 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정말 떨렸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트로피 수집가로 유명했다. 페넌트레이스 MVP와 한국시리즈 MVP는 물론 홈런과 타점, 득점 등 각종 트로피를 셀 수 없이 받았다. 그러나 올스타전 MVP인 ‘미스터 올스타’와는 유독 연이 없었다. 이 감독은 “1997년 올스타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로서 처음 나가기도 했고,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구장에서 열려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다. 그러나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이 감독은 이어 “4-4로 맞선 7회말 한화 구대성(54) 선배님으로부터 우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당연히 MVP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9회 경기가 뒤집어졌다. 미스터 올스타도 2타점 역전 결승타를 친 LG 류지현(52) 선배님께 뺏겼다. 차도 없던 시절이라 부상으로 주는 중형 세단이 탐났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후 10차례나 더 올스타전을 뛴 국민타자는 2017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별들의 잔치에서 KBO리그 최초로 은퇴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올스타전에선 두산 사령탑 자격으로 나서는 이 감독은 “올스타전은 선수들의 무대 아닌가. 나는 선수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만 하겠다”고 했다.
김종국 감독과 박진만 감독은 국가대표 유격수다운 위상을 뽐냈다. 나란히 8차례나 별들의 잔치를 밟았다. 현역 시절 통산 홈런이 66개였던 김 감독은 21타석만 들어선 올스타전에선 두 번이나 담장을 넘겼다. 박 감독은 ‘국민유격수’라는 별명답게 실책이 한 차례도 없었다.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 3차례 출전 경력이 있는 김 감독도 이승엽 감독처럼 미스터 올스타를 아쉽게 놓쳤다. 1998년 광주 무등구장. 3-2로 앞선 5회 등판해 3이닝 동안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동군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올스타전치고는 많은 3이닝을 책임져 승리투수까지 됐다. 그러나 미스터 올스타는 4안타를 때려낸 롯데 박정태(54)에게 내줬다.
25년이 흘러 이제는 드림 올스타의 사령탑이 된 김 감독은 “내가 올스타전 감독이라는 사실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가문의 영광이다. 이벤트 경기이기는 하지만, 팬들을 위해서라도 꼭 이기고 싶다”고 승리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