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1062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9000억원 증가했다. 2021년 9월 6조4000억원 증가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한은이 2021년 8월부터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올렸지만 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약 1년9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제 수도권 주택거래량은 지난 1월 1만 건에서 6월 2만4000건으로, 같은 기간 지방의 주택거래량도 1만5000건에서 2만9000건으로 늘었다. 정부가 지난 1월 말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 영향으로 은행권의 정책모기지도 6월에 2조6000억원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6월 아파트 입주물량이 4만2000호로 5월(2만8000호)보다 크게 늘어난 점 등을 고려하면 주담대 증가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택거래량이 늘고 있지만 아직 예년 수준에 못 미치고, 지난 3월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 규제가 완화된 영향으로 주담대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며 “주택시장 투기수요로 인한 과열을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권별 양극화도 더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6월 은행 가계대출은 5조9000억원 늘었지만 신협ㆍ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은 2조4000억원 줄었다. 2금융권 주담대는 올해 내내 감소세인데다, 3월 이후로는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감소 폭도 은행보다 크다. 6월 기타대출 감소 폭은 은행 -1조1000억원, 2금융권 -1조8000억원이다. 하지만 은행 주담대 영향으로 제2금융권까지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3조5000억원 늘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은행의 6월 말 수신(예금) 잔액은 2251조5000억원으로 5월 말보다 38조4000억원 증가했다. 수시입출식예금만 37조1000억원이 불었는데 이는 2020년 2월 38조6000억원 증가 이후 최대 규모다. 한은은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 등 위한 법인자금 유입, 기업 여유자금 유입 등이 증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새마을금고 위기로 ‘머니무브’가 이뤄진 영향이라는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