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핑프방도 활발…하루에 수십건 문제집 공유
하지만 경찰 수사 후에도 비슷한 문제 공유방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대화방 주소만 알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지난 8일 개설한 ‘로직파일방’에는 닷새만에 4만여명이 모였다. 이미 핑프방에 업로드 됐던 현우진 등 일타 강사나 대형 입시학원의 모의고사, 대학별 모의 논술고사 등 파일 800여개가 한꺼번에 올라오기도 했다.
2만여명이 참여한 또 다른 문제 공유방 ‘엔젤아카이브’도 10일 이후 답지를 포함한 60여개 파일이 업로드됐다. 1만여명이 들어가있는 ‘2024 야뎊 저장용’ 방에서는 문제 외에도 국어, 영어, 수학 과목별 채팅방의 링크가 공유됐다. 게시된 과목별 방에서도 별개 문제가 배포되고 있었다.
다소 폐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이른바 ‘마켓방’, ‘교환방’으로 불리는 대화방에서는 개인 참가자들이 산발적으로 직거래를 해오고 있었다. 한 참가자가 “수학 서바이벌, 정규 서바이벌 (문제) 구합니다”라고 올리면 이를 본 다른 참가자가 직접 연락해 문제를 교환하는 식이다. 이런 교환방에도 수천명의 참가자가 들어와있다.
문제를 공유할 대화방 링크만 모아 놓은 곳도 존재했다. 4000여명이 들어가있는 ‘아카데미 네트워크’ 방에서는 각종 수능 문제집 대화방의 주소와 폭파, 개설 정보가 틈틈이 업데이트 됐다.
“사교육비 아끼려”…하지만 명백한 불법
불법 공유가 성행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대형 학원의 킬러 문항 문제집이 고가인데다가 폐쇄적으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대치동 B학원의 경우 매달 200만원 가량의 수강료 외에도 '콘텐츠비'라는 명목으로 50~100여만원의 교재비, 모의고사비를 별도로 받아왔다. 현재 핑프방을 이용 중이라는 반수생 정모씨는 “대치동 입시학원의 문제집 일부는 현장 강의를 듣는 일부 학생들에게만 배포된다. 문제집 때문에 일부러 졸아가며 수업을 들을 정도“라며 “대치동 학원에 갈 수 없는 지방 학생은 어쩔 수 없이 핑프방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김모씨는 “일반적인 문제집은 평균 3~4등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은 실전 훈련에 더 도움이 되는 문제를 찾다가 핑프방을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집 무단 배포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저작권법 위반은 유포자뿐 아니라 다운받은 사람도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적용이 가능하다. 고소, 고발이 시작된 이후에도 계속 불법 공유를 해온 사실이 적발되면 형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핑프방은 킬러 문제집 등 과열된 사교육 경쟁이 만들어낸 것과 다름없다”며 “킬러 문제 출제를 하지 않는 등 수능 문제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아야 불법 공유방이 근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