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는 손수 비문을 지어 책머리에 실었다. 1960년 이은상 선생(1903~ 1982)이 한글 번역본을 펴냈다. 이 선생 사후인 1989년 성문각에서 고인의 원고를 정리해 두 권 분량의 역주본을 펴내기도 했다.
바로 이 『이충무공전서』의 한글 완역본이 34년 만에 재출간됐다. 새 완역본의 대표 번역자인 이민웅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는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3년에 걸친 작업이 끝나 후련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 외에 정진술 전 문화재전문위원, 양진석 전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학예연구관 등 전문가 7인이 3년간(번역 2년, 편집 1년)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물인 『신정역주 이충무공전서』(태학사)는 네 권(1784쪽) 분량이다. 각주만 5069개에 달한다.
이 교수는 “『난중일기』 번역이 가장 즐거웠다”고 돌이켰다. 그는 “『난중일기』에는 이순신 장군이 술 마시는 내용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많다”며 “술 마신 후 대청마루에서 쪽잠을 잔 이야기, 탈이 나서 독한 위장약을 먹어야 했던 기억, 주사 부리는 부하들에 대한 언짢은 감정 등이 가감 없이 담겼다.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와 리더로서 일상적 고민을 엿볼 수 있는 글”이라고 말했다.
『난중일기』 원본을 번역한 점도 눈에 띈다. 이 교수는 “군 최고 지휘관이 전쟁 중 쓴 일기가 후대에 전해진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난중일기』 원본 분량이 100이라면, 『이충무공전서』에는 60 정도만 담겼다. 이번 책에는 생략된 내용을 담았고, 그 출처를 모두 구분해 수록했다”고 설명했다.
완역본 재출간에 왜 34년이나 걸렸을까. 이 교수는 “국내 역사학자 중 전쟁사를 전공한 이가 드물기 때문”이라며 “서양 역사학자는 30% 이상이 전쟁사학을 전공한 것과 달리, 한국은 정치·사회 연구에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전쟁사를 “한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건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풀이한 그는 “군 출신 연구자들의 한국전쟁 연구 외에도 중세와 근대 전쟁을 연구하는 다양한 신진학자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