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서 배우는 저출산 해법
우선, 아파트값 폭등의 전조가 나타난 때가 2015년이다. 2012년 이후 4억원대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2015년 처음 5억원대로 진입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2021년 7월 9억4000만원까지 계속 올랐다. 올해 5월 기준 8억4200만원으로 다소 떨어졌지만 10년 전의 두 배 수준이다.
또 주목할 점은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한 변곡점도 2015년이라는 사실이다. 젊은 층이 20대에 대학,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들어가더라도(서울 순 유입), 30대에는 지방으로 돌아가는(서울 순 유출) 경향이 있었는데 그 흐름이 약해졌다.
20대 서울 순 유입은 2015년 2만9615명으로 저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엔 20대 서울 순 유입이 6만818명으로 불었다. 반면 30대의 서울 순 유출은 2015년 1만4435명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30대의 서울 순 유출은 9059명이었다. 다시 말해 서울로 진입하는 20대는 늘었는데, 서울에서 나가는 30대는 줄었다.
셋째로 주목할 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이다. 결혼이나 자녀 양육보다 화려한 싱글 라이프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하는 창구가 SNS란 지적이 나온다. ‘끊임없는 비교’가 특징인 인스타그램·페이스북 사용자가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점이 공교롭게도 2015년이다. 2012년 12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2015년 월 활동사용자(MAU) 500만 명을 넘기며 급성장했다.
역으로 2015년 사례에서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마강래·조영태 교수와 이상림 연구위원은 “청년의 집값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렴하고 질 좋은 공공임대 주택을 확대하고, 지방 일자리를 살리고 인프라를 확대하는 식으로 수도권 집중 완화 대책을 마련하고, (SNS에서 접하기 어려운) 결혼·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육아기 재택” “아빠 육아휴직 의무화”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도 출산율 상승에 도움이 된다. 지난해 8월 박두레·김환씨 부부는 네 쌍둥이를 맞았다. 아빠 김환씨는 포스코에 다니고 있다. 회사는 9인승 승합차와 양육비 3600만원을 선물했다. 일반 출산 직원에게도 첫째 200만원, 둘째 500만원에 ‘아기 첫 만남 선물’로 백화점 상품권 50만원을 주고 있다. 포스코는 남성 직원 비중이 95%에 달하지만, ‘젊은 아빠’의 눈높이에 맞춰 복지제도를 마련했다.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은 전일(8시간) 혹은 4·6시간 재택근무 가운데 선택이 가능하다.
11일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출산·육아 지원제도 우수기업 사례집’을 펴냈다. 합계출산율 0.78명 ‘쇼크’를 돌파하려는 11개 기업의 노력을 소개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모션도 직원 83%가 남성이다. 하지만 육아휴직은 최소 6개월 의무로 써야 한다. 육아휴직자가 있으면 대체인력도 적극 채용한다. ‘워킹대디’들의 소모임 ‘아빠는 모션 히어로’도 운영 중이다.
LG전자 직원은 육아휴직으로 2년, 유급 난임치료 휴가로 3일을 쓸 수 있다. 법정 기준 이상이다. 맘 편하게 육아휴직에 들어갈 수 있게 복귀 시 성과평가 등급은 평균 이상으로 주도록 했다. 롯데그룹은 대기업 최초로 ‘자동육아휴직제’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등을 도입했다. 육아휴직 첫 달은 100% 임금을 지급하고, 각종 현금 지원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