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정보기술(IT) 업계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일의 기쁨과 슬픔』, 코인으로 인생 역전을 노리는 청춘을 그린 『달까지 가자』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대표 작가’ 장류진(37)이 새 단편집 『연수』(창비)를 출간했다.
책 제목은 운전 연수에 인생을 빗댄 표제작 ‘연수(硏修)’에서 가져왔다. 차곡차곡 성공 가도를 달려온 젊은 회계사 ‘주연’이 맘카페에서 일타강사로 유명한 운전 강사에게 연수를 받으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작달막한 단발머리 아주머니 강사는 소문대로 뛰어나지만, 초면에 주연의 자녀계획까지 세워주며 “남편 아침밥은 안 차려줘도 되냐”는 질문으로 신경을 긁는다. 삐걱거렸던 첫 만남과 달리 이들은 운전 연수를 거듭하면서 서로를 향한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된다.
장류진은 판교의 한 IT 기업에서 10년 동안 서비스 기획자로 일했다. 첫 소설집이 나온 뒤에도 한동안 직장 생활을 병행했다. 내면의 사색에 천착하는 일부 전업 작가들과 달리 그의 작품은 조직의 생리와 회사원의 일상적 고민을 샅샅이 훑는다.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판교 하이퍼 리얼리즘’, ‘스타트업 호러’로 입소문을 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작 『연수』에도 회사 생활에 대한 고찰이 담겼다. ‘공모’는 보수적인 문화의 대기업에서 부장 자리까지 올라간 여성 간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계올림픽’은 지방 방송사에서 일하며 정직원 전환을 노리는 인턴 기자의 분투기다.
장류진 특유의 맛깔 나는 대화 진행과 유머 속에 반전도 숨겨져 있다. 우리 회사의 김 모 부장으로 치환해도 어색하지 않은, 어느 회사에나 있을 법한 디테일한 캐릭터 설정도 별미다. 물론 그의 소설을 ‘판교 문학’, ‘블라인드 소설’이라고 혹평하는 이들도 있다. ‘문학적 상상력이 결여된, 고학력 화이트칼라 직장인의 일기장 같은 소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류진은 “‘무엇무엇 같다’는 것은 개인의 생각이니까 어쩔 수 없다”면서도 “단편 한 편에 한 달을 매달려 문장 하나하나를 붙들고 씨름한 결과물이 연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답이 아닐 수 있겠지만, (혹평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