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적으로는 '너무 주말연속극 같지 않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죠.”
4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SLL 상반기 결산 기자간담회에서 박준서 제작총괄은 '닥터 차정숙'의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주말연속극이 (항상) 안 좋고, 작품성이 떨어지나?' 생각했을 때 그렇지 않았다”며 “주말연속극에서 다루던 가족 이야기를 SLL만의 방식으로 만드는 게 중요했고, 대중적으로 즐거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끌고 간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의 우려와 더불어 약체로 평가받았던 '닥터 차정숙'은 상반기 지상파, 비지상파 통틀어 가장 주목할만한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3년 간의 흥행 부진…“대중성에 무게 뒀더니 좋은 결과”
전신인 'JTBC스튜디오' 당시 '부부의 세계'(2020), 'SKY캐슬'(2018), '이태원 클라쓰'(2020) 등을 제작하며 간간이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약 3년 동안 전반적인 흥행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SLL'로 사명을 바꾼 뒤 '재벌집 막내아들'을 제작했는데, 이 드라마는 '부부의 세계'(28.4%)에 이어 역대 JTBC 드라마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26.9%)을 기록하며 흥행 신호탄을 쐈다.
박준서 총괄은 앞선 흥행 부진 시기에 대해 “(당시엔) 작품성은 좋지만 우울하고 어두운 이미지의 드라마가 많았다”며 “좋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지만, 어렵게 작품성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SLL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이러한 방향성을 확 바꿨다. 그는 “작품 기획을 할 때 작품성보다 대중성에 좀 더 무게를 두는 형태로 의사 결정에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닥터 차정숙'을 비롯해 '대행사', '나쁜 엄마', '사랑의 이해' 등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다.
“신인 발굴 집중”…하반기 15개 이상 작품 공개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 신인들과 작업하기 위해선 용기와 신념도 필요했다. 박준서 총괄은 “2~3년간 콘텐트 시장이 버블기(호황기)를 맞이하고, 글로벌 요소까지 들어오면서 창작자 계약 관계 등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해졌다”면서 “S급 작가, 감독, 기성 창작자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한데, 저희는 과감하게 신인을 발굴해 본질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김은숙, 박지은 등 (스타)작가와 하고 싶겠지만, 새로운 신인 창작자를 발굴하는 역량을 키워야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갖고 갈 수 있기 때문에 신진과 기성을 병행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신인 작가들과 함께했던 SLL은 하반기엔 뛰어난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제작하며 이러한 균형점을 잡아간다. JTBC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 '힘쎈여자 강남순', '웰컴 투 삼달리', '힙하게'와 ENA 드라마 '악인전기' 등이다. 넷플릭스 'D.P. 시즌2', '발레리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와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과의 협업도 이어 나간다.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 예능에서도 기대작이 많다. SLL 산하 레이블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앤솔로지 스튜디오의 ‘거미집’, 비에이 엔터테인먼트의 ‘1947보스톤’, 퍼펙트스톰필름의 ‘하이재킹’ 등이 개봉 준비 중이다. 스튜디오 슬램은 예능 프로그램 ‘싱어게인3’, '크라임씬 리턴즈'를 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