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청은 최근 레드로드 내 문화예술거리인 R5와 R6를 테마에 맞게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며 그림 3200여개로 채우기로 계획했다. R5는 구민‧관광객의 그림을, R6는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의 그림을 거리 화단에 붙이기로 했지만, 저조한 참여율이 문제였다. 결국 마포구청은 구청 내 모든 부서와 행정동에 공문을 보냈다.
구청 직원 A씨는 “공문에 희망자만 적어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메일까지 보내오며 그림 그리기를 압박했다. 사실상 강요였다”며 “업무에, 민원에 숨 쉴 틈이 없는데 퇴근 후 그림까지 그려야 하니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직원 B씨는 “구청에서 레드로드를 ‘세계에서 그림이 많은 거리’로 기네스북에 올리기 위해 준비했다”며 “상사가 그림을 몇 개 그렸는지 수시로 확인을 해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레드로드가 구청장 핵심 추진 사업이다 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 구청장은 신년사와 구의회 본회의 등에서 “홍대 랜드마크가 될 레드로드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레드로드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노력을 멈출 수가 없다” 등의 발언을 했다. 마포구의 한 주민센터 직원 C씨는 “참여하지 않으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구민을 위한 봉사가 아닌 구청장을 위한 봉사라고 느껴졌다”고 밝혔다.
반면에 “아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 그리기에 참여했다. 구청 핵심 사업이기도 해서 강요라고 보기 모호하다”(직원 D씨)는 입장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