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상대를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은 채 으르렁거리기 바쁘다. 아니,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기에 마음 놓고 공격적이 된다. 갈등의 한 축인 에이미는 인테리어 원예업체 ‘고요 하우스’를 운영하는 사업가다. 잘생긴 남편에 귀여운 딸도 있다. 그런데 왜 도로에 나서면 폭주를 하고 욕설을 뱉는 것일까.
“문제는 그 사람이 아닌 거 같아.”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 에이미는 남편에게 고백한다. “난 평생 이런 식이었어. 문제는 나인 것 같아.” 그녀는 “내가 나쁜 사람이란 걸 어떻게든 숨기고 싶었다”며 고개를 떨군다. 깨달음도 잠시뿐. 대니와 다시 부딪히자 조건반사적으로 달려든다.
하지만 그렇게 뒤죽박죽이 돼버리는 두 사람이 밉지만은 않다. 가식과 위선에 가로막힌 현실에서 숨구멍을 찾으려는, 절박한 몸짓이기 때문이다. “생명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영화 ‘쥬라기 공원’의 대사다. 그들의 진흙탕 싸움 역시 살아남으려는 생존의 방법 아닐까. 서울 도심에서 클랙슨을 울려대고, 틈만 나면 끼어들고, 못 끼어들게 막아서는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