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다빈치’로 불리는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53·사진)은 28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이 곳에서 열리는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를 하루 앞두고 마련된 자리다.
헤더윅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올해 4월 서울시가 주최한 ‘한강 노들 글로벌 예술섬 디자인 공모 대시민 포럼’에 참석해 다양한 곡선으로 한국의 산 이미지를 형상화한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모델을 제안했다. 강원도 양양의 한 리조트 단지에 지어질 미술관 프로젝트도 맡았다.
그는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을 서울시에 제출하며 노들섬 상부에 한국의 산을 형상화한 산책로를 설치하고, 섬 외부에 수상 예술무대를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상 예술무대는 “건물은 콘텐트와 어우러져야 한다”는 그의 디자인 철학을 드러내는 장치다.
헤더윅은 “노들섬 프로젝트를 디자인할 때는 디자인보다 공공성에 더 초점을 맞췄다. 외형만 아름다운 조형물이 아닌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 음악이 흐르고 아이들이 뛰놀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그의 과거 프로젝트에도 이런 소신이 드러난다. ‘뉴욕의 에펠탑’이라고 불리는 ‘베슬(vessel)’ 전망대가 대표적인 예다. 2500개의 계단이 이어져 여러 각도에서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헤더윅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을 때 그저 감상만 할 수 있는 조형보다 사람들이 직접 들어가서 체험하고 몸으로 느끼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며 “긴 띠를 빙빙 두른 형태의 디자인에 2500개의 계단을 접목해 사람들이 건축물 안에 들어와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이 모이고 공존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