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자체 감사도 마찬가지였다. 김 의원실이 받은 ‘평가원 자체 감사 현황’에 따르면 평가원은 최근 5년간 총 10차례 자체 감사를 실시했는데, 수능 관련 감사는 없었다. 수능이 언급되는 감사는 한번 있었지만, 본질적으론 보안 관련 감사였다. 2020학년도 수능 직후 전국 수험생 312명이 평가원 시스템의 취약점을 뚫고 사전에 성적을 조회한 사건을 감사한 것으로 ‘사전 조회 업무 관련자 문책(3명)’ 조치가 이뤄졌다. (2020년 자체 감사)
수능 이외 시험 출제에 대한 감사도 있었다. 2019년 자체 감사 땐 ‘2018학년도 초등임용시험(1차) 문항 배치 오류’가 감사 대상이 됐고 관계자 문책 처분이 내려졌다. 김희곤 의원은 “전국을 혼란에 빠뜨린 수능 출제 오류가 몇차례 있었는데 왜 수능만 감사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킬러 문제와 관련해 “평가원 감사를 계획하고 있다”(장상윤 차관)고 밝힌 교육부는 아예 평가원을 감사한 적이 없었다. 국회 교육위 소속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평가원에 최근 10년간 교육부 감사 내역을 요청하니 평가원은 “교육부 감사는 해당 없음”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이 교육부 위탁 사업이지만, 평가원 자체는 국무조정실 산하 기관이다. 교육부 감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감사 계획도 교육부 단독이 아니라, 총리실 주관으로 합동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난 10년간 평가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세 차례 이뤄졌는데, 이 역시 수능 출제와 관련된 내역은 없었다.
수장이 사임할 정도의 논란이 반복됐지만, 평가원은 그때마다 “자체적으로 외부 기관에 자문하겠다”는 방식을 고수했다. 가장 최근인 2022학년도 생명과학 Ⅱ 20번 문항(유전학 관련) 오류 논란 때는 한국과학교육학회 등 3곳 학회에 자문을 맡겨 “문제없음”이란 결론을 내렸는데, 해당 학회에 평가원 간부 및 직원이 소속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셀프 검증’이란 비판도 있었다. 결국 법정 공방 끝에 법원은 수험생 손을 들어줘 전원 정답 처리됐다.
이처럼 수능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엔 평가원의 구조적 문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원이 교육부 업무인 수능을 수탁하면서도 정작 평가원 자체는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이라 감시가 소홀해졌다는 것이다. 평가원은 국회에서도 교육위가 아닌 정무위 소관 기관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정무위는 금융위 등 중요 기관이 많아 상대적으로 평가원을 꼼꼼히 체크해 오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평가원 연구원 출신 서울 사립대 교수는 “보안이 중요한 수능 특성상 평가원은 기본적으로 출제에 대한 간섭을 용납하지 않았고, 연구원도 자신이 틀렸다는 걸 잘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경희 의원은 “이번 총리실의 평가원 감사를 시작으로 평가원의 수능 출제 방식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